2일 대법원과 법관징계법상 징계 절차 등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법관 징계와 직무 범위 조정(재판업무 배제 등)은 별개로 이뤄진다. 대법원에서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 있는 법관들의 징계 여부를 검토하는 것과 별개로, 재판 업무 배제는 앞으로도 대법원장의 명령에 따라 언제든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지난달 8일 검찰이 기소한 법관 중 6명을 재판업무에서 배제한 것은 공소사실이나 징계에 대한 판단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공정성과 국민 신뢰 등을 고려한 조치"라며 "다른 사유로 추가적으로 법관들을 재판 업무에서 배제하는 것도 현재 징계 논의와 상관없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우선 대법원은 기소된 현직 법관만 재판업무에서 배제한 상태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지난달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추가적인 재판 배제 조치와 관련해 "검찰이 비위 내용과 참고자료를 보냈다고 해서 전부 재판에서 배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임 전 차장과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주요 판사들은 일선에서 재판업무를 하며 증인으로 나와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28일 임 전 차장 재판에 첫 증인으로 소환된 시진국 부장판사가 본인 재판 진행을 사유로 불출석했다. 오는 4일 증인신문이 예정됐던 박상언 부장판사도 본인 재판을 사유로 일정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앞으로 증인 소환될 판사 수가 늘어나거나 중복으로 소환되는 판사가 생긴다면 재판 지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임 전 차장은 현재 주 2회씩 공판기일을 연다. 양 전 대법원장 재판도 이달 중 공판준비기일이 마무리된다면 다음 달부터는 본격적인 증인신문에 돌입하게 된다. 두 재판부 외에도 재판부 5곳에서 추가로 기소된 법관들에 대해 각각 심리한다. 재판부마다 필요에 따라 증인을 소환할 경우 주요 증인들은 중복해서 신문에 응해야 한다.
당초 임 전 차장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된 판사는 7명이었지만 정식 공판이 시작된 후 에는 최소 수십 명의 현직 법관을 증인으로 부를 태세를 갖추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박병대 대법관 재판에서도 검찰 측의 진술증거에 동의하지 않고 대거 증인을 소환할 가능성이 크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재판부가 공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판사들에게 증인 불출석을 사유로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처럼 구인장을 발부하기도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대법원이 먼저 적절히 정리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징계는 물론이고 재판업무 배제가 필요한 상황을 최대한 신속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