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고위 인사의 주택 보유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고, 김 전 대변인의 경우 무주택 30년 만에 겨우 한 채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차가웠다.
그간 시세차액을 노린 부동산 투기나 다운계약서 작성 등 각종 부동산 관련 의혹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에 단골로 등장하는 문제였다.
보수 정권이던 박근혜 정부에서도 초대 총리 후보였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이 부동산 투기에 발목을 잡혀 결국 낙마했다.
지난 28일 공개된 고위공직자 재산변동내역을 살펴봐도 청와대 고위직 인사나 국무위원, 국회의원 중 다른 지역의 부동산은 처분하면서도 '불패 신화'로 불리는 강남에 보유한 집은 남겨두는 인사들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전 대변인과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조동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등 최근 논란이 된 인사들을 향한 비난 여론이 더욱 뜨거운 것은 왜일까.
한정 된 땅 위에 지어지는 주택에 대한 공공재적 성격을 강조해 온 현 여권(야당 시절도 포함해서)의 기존의 주장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가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강하게 시장을 규제해 온 건 주지의 사실이고, 또 일정 부분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부동상 시장은 꽤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정부는 2017년 8·2 부동산 대책, 2018년 9·13 부동산 대책 등을 통해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고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대책을 쏟아냈다. 다주택 소유자는 물론 내집 마련에 처음 나서려는 실소유자마저도 대출이 쉽지 않은 형편이 됐다.
시장에서 정부의 메시지는 실소유자도 '대출 받아서는 집을 사지 말라'는 것으로 해석됐다.
불평등 해소를 주요 정책기조로 삼은 문 대통령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규제하겠다던 다주택자를 주택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국토부 장관으로 내정했기 때문이다.
조동호 후보자 또한 자녀의 이른바 '황제 유학'에 다소 가리긴 했지만 조 후보자의 배우자와 그의 모친이 경기도 일대에 농지법을 위반하면서까지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던 점이 논란을 일으켰다.
아직 낙마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다른 장관 후보자 중 상당수도 부동산 투기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의 해명처럼 아직 시세차익이 발생하지 않았고 구매 당시 해당지역의 주택가격이 충분한 이익을 거둘 정도로 낮은 상황은 아니었다지만, 청와대의 핵심 참모 중 하나인 대변인이 일반인은 시도하기 어려운 10억원이 넘는 돈을 대출 받아서 재개발 지역에 상가를 샀다는 점만으로도 비난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특히 김 전 대변인의 배우자가 RTI(부동산임대업 이자상환비율) 의무화가 시행되기 겨우 2달 전인 지난해 8월에 상가를 사들인 점도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결국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홍익표 수석대변인 마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다소 투기적 성격의 부동산 매매 과정이 있었다"며 선을 그었고 결국 스스로 물러나는 결정을 하게 됐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고위층과 일반 국민에게 이중잣대로 비춰져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사회 지도층 또는 고위직으로 불리는 인사들 중 부동산 투기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부동산이 폭등을 반복하다보니 지위 있고 돈이 좀 있는 사람들은 항상 이런 데 연관돼 있어 장관 후보자를 선정하려고 해도 적게는 5~6명, 많게는 10명이 넘게 고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 복수의 청와대·정부여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혹여 청와대가 도덕성에서 상대적 우위만 유지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을 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적폐로 내몰린 전 정권보다만 깨끗하면 된다는 식으로는 '촛불 혁명' 이후 높아진 국민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