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러 로이터통신이 직접 열람했다고 밝힌 문서에는 핵무기와 핵물질 반출 뿐 아니라 북한의 핵 기반시설과 생화학무기 프로그램, 핵과 생화학무기 이중 용도 역량, 탄도미사일, 발사대, 관련 시설 등을 완전히 해체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4가지 추가 핵심 요구사항도 있었는데, 이는 ▲북한 핵 프로그램의 포괄적인 신고와 미국 및 국제 검증단의 완전한 접근, ▲모든 관련 활동과 시설 신규건설 중단, ▲모든 핵 기반시설의 제거, ▲모든 핵 프로그램 과학자와 기술자들의 상업 활동 이전이라고 전했다.
로이터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에 대한 정의를 명확하고 간명하게 북한에게 전달하기 위한 의도로 문건을 건넸다고 회담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당장 핵 반출 등을 요구한 것은 아니고,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정의’에 대한 합의를 시도했다는 뜻이다. 대신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의 정의에 동의한다면 모든 대북 제재를 풀어주는 ‘빅딜’을 제시했다는 것.
그러나 미국이 제시한 비핵화 개념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줄곧 주장해왔던, 그리고 북한이 극도의 불쾌감과 반감을 표시했던 ‘리비아 모델’과 다름없는 것이어서 합의가 불가능한 것이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리비아는 지난 2003년 무아마르 가다피 전 대통령이 핵 프로그램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 폐기를 전격 발표하고 관련 시설에 대한 사찰을 허용하면서 시작됐다. 리비아의 핵무기와 핵무질은 미국으로 반출됐다.
제재가 해제되고 미국과 국교가 정상화 됐지만, 정작 가다피 전 대통령은 2011년 미국을 포함한 나토군의 군사작전을 피해 달아나다 반군에 붙잡혀 살해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볼턴 보좌관은 2004년 북핵 해법으로 리비아 모델을 처음 주장했으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이후에도 리비아 모델을 재차 제시했다.
그러나 가다피의 처참한 결말 때문에 북한은 리비아 모델에 대해 극도의 반감을 보여왔고, 이 때문에 지난해 5월 1차 북미 정상회담이 무산될 위기도 겪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리비아 모델은 아주 다른 모델”이고 “그(김정은)는 거기 있을 것이고 그의 나라를 통치할 것”이라며 리비아 모델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리비아 모델’과 유사한 방안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문서로 내밀었다. 로이터는 북미 양측 모두 회담이 결렬된 이유를 완전하게 설명하지 않았지만, 결국 해당 문서가 아마도 회담 결렬의 단초를 제공했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