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서울공연예술고? 경북예고에 '학생 인권'은 없었다

교사들, 교원평가 때 학생들에게 문제제기 금지시켜
실내 흡연에 생리조퇴 불허까지

대구에 위치한 경북예고. (사진=류연정 기자)
지난 2월 아이들의 용기 있는 고백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이 그동안 참아온 학교의 비위를 지적했고 이를 지지해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한 수가 20만명을 넘어섰다.

그런데 대구 지역 유일의 예고에 재학중인 학생들은 서공예 사건이 남일 같지 않다고 느꼈다.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예고이자 대구 지역 유일의 예고인 경북예고 재학생과 졸업생이 말하는 학교는 바로 이런 모습이었다.

◇학생들 '바른 말' 틀어막는 교사들

최근 경북예고를 졸업한 A씨는 지난해 교원평가를 하면서 학교가 학생들의 정당한 요구를 억압한다고 느꼈다.

보통 교원평가는 1년에 한 번 이뤄지는데 이 가운데 '학생 만족도 조사'야말로 공식적으로 학생들이 교사를 평가하고 개선할 점을 요구할 수 있는 기회다.

컴퓨터로 응답하는 방식이어서 같은반이었던 수십명의 학생들이 함께 컴퓨터실로 가 조사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학생들이 조사를 시작하기 전, 수업용 대형 스크린 화면에는 "선생님 성추행, 미투관련 응답 절대 금지"라는 문구가 띄워져 있었다.

당시는 경북예고와 같은 재단 소속인 한 중학교에서 교사들의 미투 문제가 불거지던 시점이었다.

경북예고 졸업생이 제기한 교원평가 문제.
A씨는 "선생님들에게 미투와 관련된 조롱이나 성추행 등 당한게 많아서 교원평가에 쓰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스크린에 그런 문구를 적었다는 건 학생들의 입을 막으려던 것"이라고 회상했다.

A씨는 당시 감독하던 교사가 학생들에게 어떤 내용을 쓰냐고 여러차례 물었으며 사전에도 "좋지 않은 말을 쓰면 교육청에서도 알게 된다"며 압박을 줬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교사들에게 교원평가와 관련해 학생들에게 강압적으로 하지 말라고 교육해왔다. 모니터에까지 그런 문구를 노출했다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지난해 같은 재단의 한 학교에서 스쿨미투 때문에 소란이 일었기 때문에 교사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여서 그런 것이지 뭔가를 숨기기 위해 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교사 개인의 독단적인 행동이라는 설명이다.

경북예고 남자 화장실에서 강사들이 사용한다는 재떨이(붉은색 바구니).
◇실내에서 흡연하는 강사들

예고는 보통 오후 시간대부터 '레슨'이라는 이름으로 방과 후 수업을 실시한다.

이때 수업을 하는 교사는 외부에서 데려온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학생들은 이른바 '강사'라고 부르는 이 선생님들이 학교 건물 안에서 흡연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물의 5,6층에서 몇 시간에 걸쳐 수업을 하는데 쉬는 시간에 담배를 피우러 내려가는 것이 귀찮아 화장실에서 그냥 해결한다는 주장이다.

재학생 B군은 강사들이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고 화장실에 아예 재떨이까지 마련돼 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경북예고 측은 "미술, 음악 다 합치면 강사가 거의 500여명에 이른다. 수가 많다 보니 미리 공지하고 부탁한 부분인데도 관리가 쉽지 않다"고 답했다.

학교 측은 또 "확인해봐야 알겠지만 강사들이 실내에서 흡연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 다시 제대로 주의시키겠다"고 덧붙였다.

◇학생 건강권·인권은 어디에?

졸업생들과 재학생들은 학교의 관리 방침 상당수가 학생 인권을 무시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육부가 12년 전부터 시행중인 생리공결제는 사실상 없는 제도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여학생들은 "우리학교엔 생리조퇴가 없다. 굳이 쓰려면 병원에서 진단서를 떼오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또 월 30만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하며 생활하고 있는 학생 기숙사에서는 바퀴벌레가 나오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한다고 했다.

학교 측은 생리공결제와 관련해서는 "교칙에서 생리공결을 인정하게 돼있으며 지키지 않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바퀴벌레 출현 등 위생상의 문제는 "시설 노후화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지만 최선을 다해 관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언론 취재에 응하면서 몰랐던 부분을 새롭게 알게 됐다. 앞으로 잘 시정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전해 들은 졸업생들과 학생들은 수십년 동안 그대로인 학교가 스스로 변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이들은 교육부와 대구시교육청의 철저한 감사만이 학교를 변화시키는 길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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