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대표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3년 3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별장 성접대' 의혹으로 인해 임명된 지 6일 만에 낙마했다. 당시 수사기관은 김 전 차관이 등장하는 '성접대 동영상 CD'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황 대표를 포함한 박근혜 정권 고위층이 해당 사실을 미리 보고 받고도 이를 은폐‧무마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초 황 대표는 '김학의 성접대' 사건 관련 여권의 특검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본격 지도부 개편과 함께 한국당 지지율이 상승하자 정부‧여당의 흠집내기 일환이라고 판단, 이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버닝썬 사건이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는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김학의‧장자연‧버닝썬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시하면서 기류가 변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 27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황 대표와 '김학의 CD' 연루설을 폭로하며 불을 붙였다.
지난 2013년 3월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었던 박 후보자가 김 전 차관 임명 전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 재임 중인 황 대표를 만나 '김학의 CD'를 언급하며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황 대표는 즉각 "택도 없는 소리"라며 "당시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강력 반발했다.
황 대표는 나아가 특검 여부에 대해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특검을 할 것이면 제대로 다 해봐야 한다"며 조건부 도입을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인사검증 업무를 담당했던 민주당 조응천 의원과 채동욱 검찰총장 등도 수사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조건이 붙었지만, 황 대표가 김학의 사건과 관련해 '특검'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청와대와 검찰에 이어 박 후보자까지 나서서 압박 수위를 높이자, '정면돌파' 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당내에선 김학의 이슈가 확산되기 전에 황 대표가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면 사전에 차단이 가능하지 않았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사안은 황 대표 본인 책임과 직접 연관성이 있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당성 및 사면 여부 등과 본질적으로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당내 한 재선 의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초반부터 조건을 걸든 어떻게 하든 특검을 받겠다고 하며 역공을 펴서 돌파했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결국 시간을 끌다가 상황이 악화돼 여론전에서 밀리는 상황이 됐다"고 우려했다.
다음달 3일로 예정된 창원성산, 통영‧고성 재보궐선거 양상도 황 대표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고(故)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 지역구인 창원성산과 한국당 이군현 전 의원의 지역구 통영‧고성에서 모두 승리를 거둘 경우 당 장악력이 커진다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후보 단일화에 성공한 창원성산에서는 한국당 강기윤 후보가 고전하고 있는 반면, 20대 총선에서 이 전 의원이 무투표로 당선될 만큼 한국당 강세 지역인 통영‧고성에서 민주당 양문석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면서 판세가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다.
통영‧고성 지역은 경선 과정에서 황 대표 측근으로 꼽히는 '공안검사' 출신 정점식 변호사가 낙점되면서 잡음이 발생한 바 있다. 표심 분열을 우려해 황 대표는 정 변호사의 경선 상대였던 서필언 전 행안부 차관을 이날 출범한 당 대표 상임특보단에 포함시켰다.
당내 한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통영‧고성은 우리당 후보의 무투표 당선 지역이라 사실 이겨도 본전"이라며 "오히려 재보선에서 여당과 지지율 격차가 줄어든 걸 보여주면 내년 4월 총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보선 결과가 황 대표 정치 운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