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1대 주주인 한진칼을 비롯해 자신의 주식이 변함이 없고, 회장으로서 소유권(오너십‧ownership)이 공고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27일 오전 주주총회를 열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을 상정했지만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다.
이날 주총에 출석한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수는 7004만 946주로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73.84%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1대 주주인 한진칼을 비롯해 우호지분 33.34%를 확보한 상태에서 30% 상당의 추가 지분을 확보했지만, 출석주주 2/3 이상의 지지를 모으는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쥔 이사회에서 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주들이 주주권을 행사해 오너가 경영권을 상실하게 된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조 회장이 대한항공의 실질적인 경영권은 계속 장악할 수 있을 전망이다.
대한항공의 1대 주주는 한진칼로 조 회장은 한진칼 지분 17.8%을 포함해 28.93%의 우호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지주회사 격인 한진칼을 통한 대한항공 경영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또 이사회를 통한 직접적인 경영권 행사는 어려워졌지만, 아들인 조원태 사장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핵심은 조 회장이 대한항공 '오너'로서 건재하다는 점이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린적 없지만, 삼성전자의 '오너'라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던 것과 같은 상황이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도 마찬가지다.
대한항공 측도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부결은 사내이사직 상실이며 경영권 박탈이 아니다"라며 "대한항공 회장이라는 공식직함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민연금도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저지하며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 행사지침)을 통한 경영권 견제라는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CEO스코어 박주근 대표는 "이번 사건은 '오너도 쫓겨 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 의미가 크다"라며 "경영권 견제라는 국민연금의 본래 목적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