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고등법원은 26일(현지시간) 공식 보고서를 통해 주스페인 북한대사관에 침입한 괴한 10명 중에는 한국과 미국, 멕시코 국적자들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중 '에이드리언 홍 창' 이라는 멕시코 국적자가 사건 발생후 5일 뒤인 2월 27일 해당 사건과 관련한 정보를 넘기기 위해 미 FBI와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反)북한 단체인 '자유조선'도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이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며
FBI와 접촉한 사실을 확인했다.
자유조선은 '마드리드에 관한 팩트들'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번 일은) 습격(attack)이 아니었다"며 "마드리드 (북한) 대사관 내의 긴급한 상황에 대응(responded)했던 것뿐"이라면서 대사관 침입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인정했다.
이들은 특히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상호 비밀유지 합의 하에 엄청나게 잠재적 가치가 있는 특정 정보를 공유했다"며 "해당 정보는 자발적으로, 그리고 그들의 요청에 따라 공유된 것"이라고 밝혔다.
FBI가 사건에 개입한 사실을 밝힌 것이다. 자유조선은 "정보가 언론에 유출된 것은 엄청난 배신"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26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정부가 이 사건에 연루됐는지를 묻는 질문에 "미국 정부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관계에 미묘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북한이 '미국이 배후'라며 공세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미정상회담 전 실무협상을 담당했던 김혁철 북한 대미특별대표가 스페인주재 대사로 근무했던 점에 비춰 외신에서는 이 번 침입사건이 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차원 아니었느냐는 해석도 잇따라 제기했었다.
스페인 유력 일간지 엘 파이스는 침입자 10명 중 최소 2명이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관련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북한이 미국의 진상규명과 사과를 요구하며 북미대화와 연계시키려 할 경우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북미관계는 더 꼬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도 미국과의 협상 판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원하지 않는데다 자국 대사관의 피습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이를 문제삼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한 전문가는 "2017년 이전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양측이 티격태격하겠지만, 지금 분위기에서는 이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북한 당국은 물론 북한 매체들도 스페인 주재 대사관 피습사건에 대한 언급은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