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전세가격 하락에 따른 금융위험 크지 않아"

'최근 전세시장 상황 및 관련 영향 점검' 자료
하락기 든 뒤 지방 2.6%, 수도권 2.1% 전세가격 빠져
2년전보다 전세가 떨어진 아파트 전국의 52% 수준
임대인 보증금 반환능력 양호, 임차인 전세대출 우량
"현재로서 위험 크지 않아…다만 일부 리스크 가능성"

올들어 전국의 전세 아파트 중 52%가 2년전 대비 전세가격이 하락하는 등 전세 하락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임대가구의 보증금 반환능력 등을 감안할 때 이에 따른 금융안정 위험은 당장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행은 19일 '최근 전세시장 상황 및 관련 영향 점검' 자료를 통해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능력, 임차인이 받은 전세자금대출의 건전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방 전세가격은 2017년 4월부터 줄곧 하락세, 수도권은 2017년말부터 하락하다 지난해 9~10월 일시 주춤한 뒤 다시 하락세에 들었다. 지방은 2017년 3월 대비 지난달 전세가격이 2.6% 떨어졌고, 수도권은 지난해 11월 대비 지난달 2.1% 빠졌다.

다만 상승기 누적상승률을 되돌릴 만큼 급락하지는 않았다. 지방(2013년1월~2017년3월)은 9.4%, 수도권(2013년1월~2017년11월)은 23.3%나 전세가격이 올랐다.

지역별 전세가는 올해 1~2월 광주·전남·대전·세종을 제외한 13개 광역시도에서 모두 떨어졌다. 서울·경기·인천은 올들어 하락폭이 커지고 있고, 경남·울산 등은 주력산업 침체에 따른 경기 부진으로 대폭 하락세가 지속됐다.


한국은행은 "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실물경제 충격으로 전세시장 전반에 전세가격 하락이 나타나기보다는 지역별·주택별로 상이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이 쏟아져 전세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수도권의 전세수급지수는 83.3, 지방은 82.4로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 통계확보가 가능한 2012년7월 이후 지방과 수도권 모두 최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아파트만 따질 경우 전국에서 올해 1~2월 거래된 아파트 전세가격이 2년전 보다 떨어진 경우가 52.0%였다. 한국은행은 2011년1월부터 지난달까지 확정일자를 받은 600만건의 전세거래를 분석해 이 결과를 얻었다.

다만 전세가격 하락 아파트의 절반 가량(분석대상의 25.3%)에서는 전세가격 하락폭이 10% 미만으로 작았다. 하락폭이 10~20%인 아파트는 전체 분석대상의 14.9%, 30% 이상 하락한 아파트는 전체의 4.7%였다.

또 전세보증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아파트 쪽이 하락폭이 컸다. 올해 1~2월 전세가가 10% 이상 떨어진 아파트 비중을 가격대로 구분한 결과, 보증금 1억원 미만 아파트는 32.6%였고 5억원 이상 아파트에서는 9.5%였다.

한국은행은 "전세가가 추가 조정되더라도 금융시스템 안정성 측면에서의 위험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임대가구의 재무상황이 전반적으로 양호하고, 전세자금대출도 우량차주 비율이 높아 부실가능성이 낮아서다.

한국은행의 가계금융복지조사 분석대상인 약 211만 주택임대가구의 64.1%가 고소득(4~5분위)으로 나타났다. 가구당 평균 8억원씩의 실물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총자산 대비 총부채 비율은 26.5%로 작았다. 총자산보다 총부채가 많은 가구 비중은 0.6% 수준에 그쳤다.

임차인의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연체율 0.18%로 전체 가계대출(0.25%)보다 낮다고 한국은행은 강조했다. 또 1~3등급의 고신용 차주의 대출 비중 81.9%, 비다중차주의 대출 비중은 75.3%로 전체 대출(고신용 70.3%, 비다중 67.6%)에 비해 우량하다.

다만 한국은행은 "가구별, 지역별, 주택유형별로 전세가격 조정폭이 상이해 전세가격이 대폭 하락한 지역이나 부채레버리지가 높은 임대주택 등을 중심으로 보증금 반환 관련 리스크가 증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대가구의 금융자산 증가(2012년3월~지난해3월)가 연평균 3.2%에 그쳐 임대보증금 연평균 상승률 5.2%에 미달하는 등 보증금 반환능력은 약화했다.

이에 따라 일부 부채가 많은 다주택자 등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지적됐다. 전세가격 10% 하락시 임대가구의 92.9%는 보유 금융자산 처분만으로, 5.6%는 일부 금융기관 차입을 추가해 보증금을 내줄 수 있다. 그러나 1.5%인 3만2000가구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게 한국은행 분석이다.

전세자금대출에서도 최근 금액기준으로 전체 보증액의 1% 수준이긴 하나, 보증사고 증가로 대위변제가 늘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보증금반환 보증사고 건수는 2017년 33건에서 지난해 372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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