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협상 계속된다는 靑, 어떤 카드로 반전 꾀하나

문 대통령, 북미 대화 원상복구할 명분 제공해야
9.19 합의 적극이행 통해 '위기 관리' 추진
현실적 대안은 비핵화 초기조치-남북경협 교환
'로드맵 합의·영변+a와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청와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청와대는 북미 모두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는 인식 하에 대시 대화를 재개시키기 위한 촉진자 역할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북한이 쉽사리 대화에 복귀할 뜻이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명분을 제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靑, "회담 결렬로 北 손해 커"…고민 달래기 필요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상황에 대해 "북미 양측 모두 외교와 협상을 지속하겠다는 의사는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회담 결렬 뒤 교착에도 불구하고, 비핵화 협상의 판이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재인 정부의 당면 목표는 북미 협상의 재개다. 정부는 우선 북한을 달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번 결렬 사태로 미국보다는 북한이 손해를 봤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 관계자는 "김정은 위원장이 많은 기대를 하고 60시간 이상 기차 여행을 하고도 빈손으로 돌아갔다"며 "앞으로 미국과의 협상과 관련해 아마 많은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추정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청와대는 9.19 평양 공동선언의 합의 내용을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등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겠다고 한다. 이미 지난 14일 한미는 워킹그룹을 통해 '이산가족 화산상봉'과 관련된 협의를 마무리했고, 국방부도 18일 남북 군사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북특사와 관련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면서도 북한과의 대화가 필요하다며, 추진 가능성을 내비쳤다. 교착을 돌파하기 위한 4번째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이러한 조치들은 북미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방지하는 '위기 관리'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북한이 대화에 복귀할 명분으로는 불충분하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사진=연합뉴스)
◇ 현실적 대안은 비핵화 초기조치-남북경협 교환

하노이에선 완전한 비핵화와 완전한 제재 완화가 충돌했다. 북미는 상대방이 받아들일만한 제안을 했음에도 상대가 역으로 과도한 요구를 해 회담이 결렬됐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청와대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북미가 포괄적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에 합의하게 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두 번의 조기 수확(early harvest)을 만들어 내 서로의 신뢰를 구축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동대 박원곤 교수는 "2~3단계의 큰 덩어리로 나눠 먼저 북한이 영변 핵시설과 추가로 재처리 시설 등 현재 핵의 일부를 폐기한다면, 미국은 일부 제재 완화 등 상응조치를 제공하고, 이후 핵신고 검증과 추가적인 상응조치를 이어가는 방식을 택하자는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 폐기 등 초기 조치에 상응조치로 거론되는 것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 등 남북경협 카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지난 1일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의 재개 방안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하노이에서 북한은 영변에 대한 대가로 민수관련 유엔제재의 해제를 요구했지만, 미국이 이를 바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유엔에 미치는 미국의 영향력이 아무리 크다 할지라도 국제사회 전체의 결의안을 미국 홀로 뒤집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이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대북 독자제재를 일부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의 길을 열어주는 우회로를 찾는 방안이 유력한 상황이다.

◇ 까다롭지만 불가능은 아니다…"촉진 방법 개발해야"

남은 걸림돌은 까다로운 미국의 독자제재 예외 규정이다. 현재 미국의 '북한 제재와 정책 강화법(H.R. 757)'이 북한으로의 대량 현금 이전을 막고 있고, '제재를 통한 적성국들에 대한 대응법(H.R.3364)'은 북한 정부에 대한 금융 서비스 제공을 막고 있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현금을 북한에 제공할 수 없는 것이다.

또 금강산 관광 자체는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미 대통령 행정명령 13810호가 "북한 항구 또는 공항을 경유한 선박 또는 비행기는 180일간 미국 입항 및 영내 착륙을 금지"하고 있으며, 관광객을 실어 나를 운수업 관련 사업도 제재 대상 행위로 지정하고 있다.

이 중 행정명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당장 풀 수 있지만, 법령은 미국 대통령이 비핵화 등 제재에 원인이 됐던 사항들에 진척이 있음을 의회에 소명해야 한다.

다만, 제재를 관할하는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특정 사안에 대해 제재를 면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개성 공단 또는 금강산 관광 영역에 한정된 완화도 추진될 수 있다.

어쨌든 북미가 포괄적인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하고, 영변 핵시설이 깨끗이 해체되는 모습을 보여야 미국도 부담 없이 의회를 설득할 명분이 생기는 셈이다. 그 때까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의 틀은 유효하다.

북한도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로 숨 쉴 공간을 확보하고, 시급한 유엔 안보리제재 해제를 앞선 초기 상응조치로는 나쁘지 않은 방식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촉진자 역할은 이러한 영역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립외교원 민정훈 교수는 "하노이 회담에서 쟁점이 됐던 영변 핵시설 및 플러스 알파와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서 남북 경협 제재 유예 조치가 합의된다면, 북미 모두 핵심 이익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명분도 살리고 신뢰 증진에도 유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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