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중계권 전쟁?' 뒤바뀐 갑을과 생존의 문제

■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CBS 체육부의 <스담쓰담>

◇ 임미현 > 매주 금요일에는 스포츠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스담쓰담 코너가 진행됩니다. 체육부 임종률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임 기자.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 임미현 > 오늘은 어떤 주제로 얘기 나눠볼까요?

네, 길었던 겨울을 보내고 막 기지개를 켠 프로야구 소식입니다.

◇ 임미현 > 네, 이번 주부터 프로야구 시범 경기가 펼쳐지고 있죠?

네, 지난 화요일부터 시범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각 구단들이 한 달 넘게 해외 전지훈련을 통해 몸을 만든 가운데 전력을 한창 점검하고 있습니다. 10개 구단이 여덟 경기씩 총 마흔 경기가 펼쳐집니다.

◇ 임미현 > 올해 시범 경기는 사연이 좀 있죠?


네, TV 중계 때문인데요, 현재 펼쳐지고 있는 시범 경기를 야구 팬들이 TV는 물론 인터넷, 모바일로도 즐기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지상파 3사의 자회사인 스포츠 케이블 채널들이 시범 경기 중계를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TV 중계 스태프가 현장에 없기 때문에 화면 자체가 없고 당연히 인터넷, 모바일 중계도 볼 수가 없는 겁니다.

◇ 임미현 > 중계가 불발된 이유가 뭡니까?

네, 표면적으로는 돈 때문입니다. 방송사들은 시범 경기는 광고가 하나도 붙지 않는다며 경기당 2500만 원 정도 하는 중계 제작비가 부담이라고 호소합니다. 40경기니까 단순 계산하면 10억 원 정도의 적자가 나는 셈입니다.

◇ 임미현 > 하지만 시범 경기 중계는 매년 해왔던 거 아닙니까?

네, 사실 프로야구 출범 뒤 시범 경기가 중계된 것은 그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정규리그 개막에 앞서 중계 테스트를 위해 가끔 편성이 됐던 것인데, 그러나 최근 프로야구 인기가 높아지면서 5~6년 사이 방송사들이 앞다투어 대부분 시범 경기를 중계해왔습니다. 심지어 스프링캠프 평가전까지 중계를 하는 경우도 있어 야구 인기를 실감하게 했습니다.

◇ 임미현 > 그렇다면 올해만 특별히 시범 경기 중계를 하지 않는 이유가 있겠군요.

네, 지난달 프로야구를 관장하는 한국야구위원회, KBO의 유무선 중계권 계약이 이면에 있을 겁니다. TV가 아닌 인터넷과 모바일 등 뉴미디어 중계권인데요, 이 계약 과정에서 방송사 컨소시엄이 밀렸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해 SK와 kt, LG 등 통신/포털 컨소시엄이 5년 1100억 원에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일단 입찰액에서 적잖은 차이가 나면서 밀렸지만 방송사들은 그동안 TV 중계를 맡아왔던 만큼 배려를 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서운함을 드러냈고, 이게 시범 경기 중계 포기로 나타났다는 겁니다.

◇ 임미현 > 어떻게 보면 중계 보이콧으로도 보이는데요?

네, 그렇게 보이지만 방송사들의 입장도 일견 이해되는 부분은 있습니다. 사실 프로야구가 최고 인기 스포츠라고 해도 TV 중계 시청률은 조금씩 떨어지고 있습니다. 젊은 팬들이 휴대전화와 태블릿 PC 등 새로운 플랫폼으로 갈아타고 있는 까닭입니다. 때문에 방송사들은 그동안 TV 중계의 적자를 메우고 새로운 수익을 내기 위해 유무선 중계권 확보에 큰 공을 들여왔습니다. 그런데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통신/포털 컨소시엄에 밀렸다며 아쉬워 하는 것이고, 시범 경기 중계 포기를 통해 KBO에 메시지를 전한 겁니다.

◇ 임미현 > 그렇다면 KBO 입장은 어떻습니까?

네, KBO도 중간에 낀 입장이긴 합니다. 방송사들과 유무선 중계권사 사이의 상생을 위한 최선책을 찾겠다는 입장입니다. 시범 경기 중계는 의무 사항이 아니어서 KBO로서도 강제할 수는 없지만 방송사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KBO로서도 수익 창출을 위해 노력한 겁니다. 기존 유무선 중계권 계약이 5년 465억 원이었거든요, 그걸 이번에 2배 이상 늘린 건데요, 각 구단들이 매년 적자가 커지는 상황에서 수익 개선을 위해 이번 계약은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임미현 > 갈수록 방송사들과 유무선 중계권사 사이의 힘겨루기도 치열해지겠네요.

네, 사실 방송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얘기도 나왔습니다. 중계 캐스터와 해설자의 멘트도 방송사의 재산인데 이를 뺀 화면을 유무선 중계권사에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방송 용어로 멘트가 들어간 경기 화면을 더티 피드, 이게 빠진 순수한 화면을 클린 피드라고 하는데 클린 피드만 보내겠다는 겁니다. 음악이나 TV 프로그램도 저작권이 있는 만큼 그런 차원에서 대응하겠다는 겁니다. 다만 계약 상 더티 피드 공급을 명시했기 때문에 현실성은 떨어집니다. KBO가 클린 피드 이외의 멘트 등에 대해 일정 금액을 지불합니다. 이런 얘기까지 나온 것을 보면 그만큼 방송사들이 받은 상실감이 크다는 방증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임미현 > 그만큼 유무선 중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게 볼 수 있겠죠?

네, 지난해를 기준으로 지상파와 케이블, IPTV를 합한 중계권 금액은 약 500억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유무선 중계권료가 절반 수준까지 올라온 상황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이 시장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동안 갑의 위치였던 방송사들의 입김이 이제 약해질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 임미현 > 어쨌든 시범 경기를 편하게 볼 수 없는 야구 팬들만 피해 아닌가요?

네,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대놓고 방송사들을 비난하기는 어렵습니다. 또 나름 을의 입장도 이해는 됩니다. 그러나 그동안 시범 경기를 중계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표면적으로 내세운 적자 이유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결국 각 구단들이 자체 중계로라도 팬들에게 화면을 보내고는 있지만 전문 중계 카메라도 아니고 그나마도 1대에서 4대 정도라 TV 중계보다는 질이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 임미현 >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 이대로 가는 건가요?

네, 아마도 다음 주 화요일부터 이틀 동안 열리는 NC와 한화의 시범 경기는 아마도 중계 편성이 잡힐 가능성이 있습니다. 방송사들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데다 이 경기는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NC의 새 홈 구장인 창원NC파크의 첫 공식 경기입니다. 아무쪼록 중계 협상이 잘 이뤄져 팬들이 즐겁고 편하게 야구를 즐길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임미현 > 네,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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