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고(故)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를 끌어안고 우는 모습이 화제가 됐던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법안 처리를 위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무릎을 꿇고 읍소했던 일을 CBS노컷뉴스에 털어놨다.
최근 CBS 노컷V '노브레이크토크'에 출연한 한 의원은 "지나간 얘기니까 (이제는)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치열하게 협상 중이던 지난해 12월 26일을 회상했다.
26일은 이틀 후인 28일 본회의를 앞두고 법안 합의를 위해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가 치열하게 가동되던 날이었다.
한 의원은 법안소위가 별 소득 없이 끝나자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를 만나 상황을 하소연하기 위해 원내대표실로 향했다.
법안 합의 불발에 크게 상심한 탓에 도착 전부터 울기 시작한 그는 원내대표실 안에서 대화 중 이던 당시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이던 서영교 의원과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인 정양석 의원을 만났다.
서 의원으로부터 홍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실에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그는 다시 발걸음을 의장실로 옮겼다.
당시 한국당은 김용균법이 기업 경영을 위협할수 있는 과도한 법이라는 프레임을 짰고, 당 의원총회에서도 '이 법이 통과되면 모든 기업이 다 죽는다'와 같은 강경한 내용의 발언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발암성 물질을 쓰고 있는 곳', '카드뮴을 사용하는 도급업소' 등 아주 위해하고 유독한, 노동자 수도 전국에 300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곳만 원청이 직접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나머지는 외주화를 줄 수 있는데 다만 안전 관리만 원청이 책임지고 하라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에 나섰다.
한 의원은 "눈물이 자꾸 나서 설명이 안 되는 바람에 '제 얘기가 못 미더우시면 내일 고용노동부 차관을 불러서 설명을 30분만 들어달라'면서 무릎을 꿇었다"며 "들어가서 들어주시기만 하면 된다고 일종의 부탁을 드렸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의원에 따르면 나 원내대표는 "(왜) 모두 나한테 그러느냐"는 말만 한 채 정부의 설명을 듣겠다거나 하는 별도의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 의원은 "느낌으로는 얘기를 들어보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법안 통과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 다음날 노동부 차관이 (한국당) 원내대표단,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님들한테 다 설명을 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며 "당사자들이 다 정리가 된 법이라는 얘기를 들었고 (문재인) 대통령께서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의 국회 운영위원회에 나가라고 해주셔서 정리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눈물의 호소로 야당을 설득해 법안 통과라는 성과를 이뤘지만 한 의원은 당시의 막막했던 심정을 떠올리며 촬영 도중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렸다.
그는 "어머님이 이미 자식은 죽었고 돌릴 수는 없는 상황에서도 '자식 앞에 좀 떳떳했으면 좋겠다', '이거라도 해야 용균이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시는데 어떻게 안 되니까 저도 미치겠는 거였다"며 "의장실에서 그렇게 하고 나와서 울만큼 다 울고 한국당 환노위 간사인 임이자 의원을 만나 '우리 맘대로 안 된다'며 소주 한 잔을 기울였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