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해전술' 카드 쓰는 임종헌…재판지연 전략?

100여명 진술조서 부동의...대법관도 포함
굳이 정장 입지 않고 수의 고집…"이미지 전략"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사진=박종민기자)
사법농단 중간 책임자에 해당하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법정에서 현직 판사를 포함 100여명이 넘는 증인을 법정에 부르기로 재판 전략을 수정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구속기간 만료로 풀려나 불구속 재판을 노리거나 이번 사태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보다 먼저 선고가 이뤄지는 점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14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11일 열린 공판에서 임 전 차장 측은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진술조서 상당수 채택에 부동의했다.

임 전 차장이 채택을 거부한 조서에는 현직인 노정희·이동원 대법관의 조서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증거로 동의하지 않을 경우 피고인 측은 진술조서의 대상을 직접 법정에 불러 신문할 수 있다. 대법관을 포함한 현직 법관들이 우루루 법정 증언대에 서게 될 수 있다.

임 전 차장 측이 부동의한 조서는 현직 법관 100여명 이상이며 많게는 2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차장의 주장대로 증인신문이 이뤄진다면 문제는 시간이다. 임 전 차장의 1심 재판 구속만기일은 5월 13일이다.

재판부가 지난 5일 추가 기소된 건에 대해 구속영장을 추가로 발부하지 않는 이상 구속만기일까지 선고가 내려지지 않으면 임 전 차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임 전 차장 측이 재판을 지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증인을 대거 소환하기로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양 전 대법원장 등 이번 사태에 연루돼 기소된 사법부 수뇌부 재판과도 연관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이나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재판에 넘겨진 마당에 본인이 먼저 판결을 받아 일종의 '기준'이 되기에는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는 취지다.

앞서 임 전 차장 측은 공판준비기일 당시에도 재판진행 방식에 불만이 있다며 변호인단이 총사임했다. 이 때문에 정식 재판을 시작하기까지 4개월이나 소요됐다.

당초 임 전 차장은 지난 재판에서 "핵심 증인들인 이규진 등을 제외하면 검찰의 진술조서들에 대해 대부분 동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변호인단 총사임으로 4개월의 시간을 끈 뒤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이날 재판에서 임 전 차장이 굳이 수의를 고집한 것도 의도된 재판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임 전 차장은 첫 공판에 옥색 수의를 입고 등장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미결수의 경우 사복을 입을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재판을 받을 때는 검은 정장을 입는다.

이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선 "자신의 구속처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일부러 입은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재판부를 자극해 동정심을 자극하는 게 아니냐는 취지다.

법원 가족들에게 송구한 마음을 표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날 임 전 차장은 자신의 소회를 밝히며 "제가 행정처에서 일한 것이 사법농단으로 평가돼 저와 무관하게 사법부에 큰 누를 끼쳤다"며 "검찰 수사에 단초를 제공한 사람으로서 마음에 상처 받았을 동료 법관과 가족들에게 죄송하다"고 사죄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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