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투명유리창 부딪혀 죽는 새 800만 마리

환경부 '조류 투명창 충돌 저감 대책' 추진
창문에 줄 늘어뜨리거나 블라인드, 발 내리는 것만으로도 도움돼

전국의 투명한 유리창이나 방음벽에 부딪혀 연간 800만 마리의 새들이 목숨을 잃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정부가 관련 대책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환경부는 건물유리창이나 투명방음벽 등 투명창에 충돌해 폐사하는 새들을 줄이기 위해 '조류 투명창 충돌 저감 대책'을 국토교통부 등 관계 기관과 함께 추진한다고 13일 밝혔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은 2017년 1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전국 건물 유리창, 투명방음벽 등 56곳에서 조류충돌 발생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378마리의 조류 폐사체가 발견됐다.


가장 많이 죽은 새는 멧비둘기로 총 85마리가 발견됐으며, 뒤를 이어 직박구리 43마리, 참새 40마리, 박새 19마리 순이었다.

특히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참매, 긴꼬리딱새의 폐사체도 1건씩 발견됐다.

환경부는 이를 토대로 건축물과 투명 방음벽 통계, 폐사체 발견율과 잔존율 등을 고려해 전국에서 연간 800만 마리, 하루 2만 마리에 달하는 새들이 투명창에 폐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 조류의 평균 몸무게가 25g 내외로 크기가 작아 눈에 잘 띄지 않는데다, 사람이 발견하더라도 발견 당시 이미 목숨을 잃은 새들은 관계기관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발견율과 소실율, 조사비율 등을 고려해 피해 추정량을 산출한 것이다.

도트형 방지 스티커를 부착한 유리창(좌)과 줄을 활용해 조류 충돌을 방지한 유리창(우)
이에 대해 환경부는 앞으로 새로 설치하는 방음벽은 투명방음벽 설치를 최소화하고, 설치 시에는 조류가 인식할 수 있는 일정한 간격의 무늬를 적용하는 등 조류 충돌 방지 조치를 의무화하도록 관련 규정 개정 작업을 올해 상반기부터 추진한다.

또 '조류 충돌 저감 지침서(가이드라인)'를 전국 지자체 및 건설업계 등에 다음 달 중으로 배포해서 사업자가 방음벽이나 건축물 설계 시 조류 충돌 저감을 조치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또 환경영향평가를 내릴 때에도 관련 내용을 평가의견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미 설치된 투명방음벽과 건물 유리창에 대해서는 지자체 및 유관기관과 협력해 '조류 충돌 방지 테이프'를 부착하는 시범사업을 다음 달부터 추진한다.

이 밖에도 조류 충돌 방지 제품 개발을 이끌고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조류 충돌 방지 성능 평가방안을 마련하고, 제품 기준을 2020년에 도입할 예정이다.

국민들이 참여하는 조류 충돌 관찰(모니터링), 조류 충돌 저감 우수사례 공모전 개최 등 대국민 홍보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건물 유리창에 그물망이나 줄 늘어뜨리기, 점 찍기, 블라인드를 치거나 발을 내리는 등 간단한 방법으로도 조류 충돌 예방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환경부(www.me.go.kr) 및 국립생태원(www.nie.re.kr) 홈페이지에 오는 14일부터 올릴 예정이다.

환경부 이호중 자연보전정책관은 "멸종위기 종을 포함한 수많은 새들이 인간이 만든 구조물에 의해 폐사하고 있다"며 "새들의 폐사를 줄이기 위해 정부, 공공기관이 앞장서고 민간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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