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계산으로 4인가구는 지난해 한해 1억3797만원씩을 벌었다는 얘기가 되지만, 쉽사리 동의하기 어려운 통계치다. 기본적으로 1인당 GNI에는 가계뿐 아니라 기업과 국가의 소득까지 반영되기 때문이다.
기업이 장사를 많이 하고, 정부가 세금을 많이 걷은 것 역시 국민소득으로 잡힌다. 그런데 돈을 많이 번 기업에 소속되지 않은 개개인, 국가의 복지혜택 대상범위 밖에 있는 개개인은 국민소득 증가를 체감할 기회가 적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이같은 한계를 감안해 기업·정부를 배제한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을 따로 발표한다. 최신 통계인 2017년치는 1874만2000원(1만6573.4달러)로, 2017년 1인당 GNI(3363만6000원)의 55.7%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라도 실질적 가계소득 수준은 그것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데 그치는 셈이다.
실질 구매력 하락도 체감소득을 낮추고 있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는 전년대비 2.7% 성장했지만, 실질 GNI는 유가 상승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 등 탓에 1.0% 증가에 그쳤다. 경제성장에 못미치는 소득증가는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약화시킨다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이 와중에 고용 부진과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국민 개개인의 소득증진 기회마저 줄어드는 양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초 "가장 힘들고 아쉽고 아픈 점은 고용지표가 부진하고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점"이라고 인정한 대로 고용상황이 녹록치 않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1월 취업자는 전년동월 대비 1만9000명 증가에 그쳤고, 실업자는 122만4000명으로 전년동월 대비 20만명 증가했다.
노동과 소득의 분배구조 개선 등으로 지속적인 경제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 신승철 국민계정부장은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도 중요하지만 지속 성장을 위해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며 "가계소득 양극화 등 구조적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