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에 오른 택배료…가격인상 부담은 누가 질까

택배료 인상에 적자수렁 온라인쇼핑회사 '울상'
다른 택배사들 '택배료 인상 파장' 주시.. 요금인상 저울질
택배노조 "택배회사들 요금 정상화에 동참" 촉구

대한통운 서울지역 서브터미널에서 택배물량이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수 십년간 동결됐던 택배료가 근 30년만에 오르자 상품 배송을 택배서비스에 의존해 온 온라인쇼핑몰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이들은 안 그래도 만성적인 적자경영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결국 소비자 가격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솔솔 나오고 있다.

국내 최대 택배업체인 CJ대한통운이 택배료 인상 방침을 전격 발표하자 옥션과 11번가, 티몬 등 온라인 쇼핑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몰업계에서는 경영에 직격탄이 될 수 있는 택배료 인상 여파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택배요금 인상에 숨죽인 온라인 쇼핑몰들

"오픈마켓이다 보니까 입점 판매자들이 본인의 상품을 팔고 택배업체도 판매자 마다 다 다르다. 그래서 택배비 책정기준이 다 다르고 인상되더라도 최종 소비자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지켜봐야 해요"(11번가)

"최저임금이 올라가고 거기에 따라 택배료도 인상됐지만 이미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어서 단기적인 영향보다는 장기적으로 영향이 있을 것 같아요"(GS홈쇼핑)


온라인 쇼핑몰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G마켓은 택배료 인상이 미치는 파장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담당부서에서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통운과 개별 온라인 쇼핑회사간 택배료 인상협상이 한창 진행중이어서 택배료 인상의 파장이 아직 현실화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상된 택배료가 적용되기 시작하면 온라인쇼핑업계 전반에 상당한 파장이 일 것이란 전망이다. 이베이코리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온라인쇼핑몰들은 하나같이 적자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택배부담까지 늘어나게 되는 까닭이다.

온라인쇼핑협회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업체들이 외견상 잘 나가는 것 같지만 지난해와 2017년 영업손실액이 큰 데는 5000억원 가까이 된데도 있고 온라인 사업만으로 본다면 시장이 밝은 시장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이라고 판단,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형편이다"고 말했다.

(일러스트=연합뉴스)
◈'만성적자에 요금인상 까지' 울상짓는 업계

옥션 관계자는 "아주 작은 업체는 무너질 수도 있을텐데, 택배회사들도 이커머스나 판매자들과 상생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올렸을 것 같지는 않다. 규모에 따라 우는 소리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고 견딜만하다고 하다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며 "그러나 어디든 부담이 갈거다 소비자한테 갈수도 있는거고 업계가 떠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2019년 현재 우리나라의 온라인 쇼핑업체는 50만개가 신고됐지만 이 가운데 영업행위를 하는 곳은 12만~15만개로 추정되고 있으며 전체 소매시장에서 온라인 유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25%에서 2019년 30%(예상)에 이를 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대한통운이 택배료 인상 방침을 정하고 협상을 벌이고 있는 업체 숫자는 대략 7만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백화점과 대형마트, 홈쇼핑을 제외한 온라인 쇼핑업체는 6만6천여개로 우리나라 전체(영업중인) 온라인 쇼핑업체 12만개의 50%를 넘는다.

이런 사정 때문에 택배료 인상에 나선 대한통운도 매우 조심스럽다. 요금인상이 자칫 영세한 소상공인들의 무더기 경영난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4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1993년 회사 설립 이후 택배운임을 올린 건 처음"이라며 "운임표를 새로 만들어 평균단가를 산출, 요금을 책정했으며 쌀이나 절임배추, 섬유유연제 등 10개의 무거운 물건을 더 올리는 방식으로 인상했다"고 말했다.

  [그래픽=임금진PD]
◈한계경영 롯데 한진 등 요금인상 저울질.. 도미노 인상 가능성

주요 택배업체들의 사정은 대한통운과 다를게 없다. 택배업계의 지난 2017년, 2018년 영업이익률은 1%대다. 대한통운은(택배부문) 영업이익률 1%대, 한진택배 2%로 추정됐고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017년 영업이익이 -174억원, 2018년(3분기 기준) -155억원으로 경영사정이 좋지 않다.

실적악화가 지속되는 이유는 택배업계 내부의 경쟁 때문. 업계 한 관계자는 "업체들이 매년 택배사 재선정을 위한 입찰을 실시해 가격을 낮게 제시한 업체가 선정되다 보니 택배료가 계속 내려갔지만 물가와 인건비는 지속적으로 올라 수익구조가 악화됐다"고 말했다.

따라서 시점의 문제일 뿐 택배료 인상 도미노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이 어려웠지만 누구도 나서지 못한 상황에서 점유율이 가장 높은 대한통운이 총대를 멘 측면이 있다"면서 "업계가 동시에 요금인상에 나설 경우 담합이란 오해를 사기 때문에 시차를 두고 요금인상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가격인상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일단 저희는 업계 추이를 관찰하고 있다"며 요금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인상 부담 소비자 전가.. "순차적으로 가격인상 하지 않을까"

전국택배연대노조는 5일 택배사 영업이익률 하락과 택배노동자 수수료 하락을 이유로 "대한통운의 택배요금인상은 택배산업 정상화 측면에서 환영할 일"이라고 밝혔다. 특히 " CJ대한통운을 제외한 택배사들도 택배요금 정상화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택배료가 전반적으로 오를 경우 10만개가 넘는 온라인 쇼핑업체의 활로는 제품 가격인상 뿐이다. A택배회사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체가 다 어려워진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어려운 사정에 처하면 순차적으로 가격인상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비정상적으로 싼 택배료를 기반으로 무한경쟁을 펼쳐왔던 이커머스 업계의 영업방식에도 일정한 변화가 나타나면서 업계의 경쟁구도에도 변화물결이 일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국토부가 과도한 요금 인상으로 인한 파장 최소화에 나서는 한편,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업체에 지불하는 요금(2500원)과 택배회사에 지불되는 요금(평균 1730원)간 차이를 줄이는 방안도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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