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성공' 김기문 중기 중앙회장, 임기 마칠 수 있을까?

금품 살포 등 선거법 위반 사례, 모두 김 회장측만 연루
사실로 드러날 경우 리더십에 치명타

중소기업 중앙회장 선거가 있었던 지난 28일.

결선투표 끝에 당선된 김기문 진해마천주물공단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이 당선 소감 발표를 위해 기자실을 찾았다.

"이번 선거가 매우 치열했던 만큼 이제는 화합하는 쪽으로 중소기업계의 힘을 모으겠습니다. 중기 중앙회장 선거는 뺐고 빼앗기는, 권력이 오가는 자리가 아니라 중기 회장을 뽑는 것입니다.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이 정도로만 하겠습니다."

김 회장의 짤막한 당선 소감에 이어 '긍정적인 질문을 해달라'는 중기 중앙회측의 요청에도 기자들의 질문은 선거 과정의 금품살포 의혹에 모아졌다.

'김 당선자의 비서실장이 기자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가 적발됐는데 어떤 입장인가'를 묻는 질문이 잇따랐지만 김 회장은 "그건 나중에…"라며 답변을 피했다.

같은 질문이 반복되자 김 회장은 "오늘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겠다"며 회견을 끝냈다.


하지만 기자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지자 김 회장은 결국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마디를 꺼냈다.

"수사기관에서 조사하고 있으니 밝혀질텐데 지금 여기서 무슨 언급을 하겠습니까?"

당선 직후부터 사실상의 임기를 시작한 김 회장은 지난 4일 선관위로부터 당선증을 받으며 공식적으로 '중통령(중소기업계의 대통령)'에 취임했다.

하지만 김 회장의 앞날이 그리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우선 선거과정에서 금품 살포 의혹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번 선거와 관련해 검경의 조사가 진행중인 선거법 위반 사례는 모두 3건. 공교롭게도 모두 김 회장 측 인사들만 연루가 됐다.

한 사례는 김 회장측 인사가 지난해 4~12월까지 선거인단에게 수백만원의 금품과 손목시계 등을 제공한 의혹이고 다른 사례는 지난해 12월 역시 김 회장측 인사가 '김 회장의 지지율이 이미 과반수를 넘어섰다'는 허위 문자를 돌렸다가 적발된 것이다.

또다른 사례는 선거 기간 동안 김 후보를 인터뷰한 모 경제지 기자에게 김 후보의 비서실장이 돈봉투와 손목시계를 건넸다가 기자의 제보로 들통이 났다.

김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3년 2월까지. 4년 임기 동안 금품살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의 리더십에 상당한 치명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품 선거 의혹 외에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가 조작 의혹도 일고 있다. 김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코스닥 상장사 '제이에스티나'(옛 로만손 시계)가 지난달 12일 '2년 연속 영업손실' 공시를 냈다.

문제는 공시 직전 김 회장의 동생과 자녀 2명이 보유 주식을 대대적으로 내다 팔았던 것. 이에 따라 김 회장 일가가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처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여기에 '조합 갈아타기' 논란도 꺼지지 않고 있다. 김 회장이 지난 2007~2015년 중기 중앙회장을 연임할 당시 소속 조합은 '시계공업협동조합'이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그동안 관련이 없던 '진해마천주물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자격으로 출마했다. 시계조합 이사장으로 재선까지 했는데 4년을 건너 뛰어 3선에서 또다시 시계조합으로 나오기 부담스러워 '조합 갈아타기'를 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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