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이 형사부를 꺼려해 서로 격한 논쟁을 벌이거나 장문의 글을 통한 설득작업이 이뤄지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11일부터 2주동안 비공개 사무분담 회의를 개최했다.
사무분담 회의는 일선 판사들로부터 희망 재판부에 대한 의견을 받은 뒤, 형사·민사 등 재판부 배치를 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일선 판사들은 희망 근무부서를 적어낸다.
그러나 이번 회의는 일부 판사들이 형사부 부임을 놓고 서로 미루는 바람에 합의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오랜 시간에 걸쳐 합의가 이내 이뤄지는가 싶다가도 갑자기 불발돼 다시 논의를 진행하는 등 적잖은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 판사는 자이 신이 형사부 재판장을 맡을 수 없는 이유를 A4용지 6장에 걸쳐 밝히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상의 이유'가 담긴 해당 서면에 진단서가 첨부되기도 했다.
이밖에 어린 자녀의 육아문제나 교육문제 등 다양한 이유들이 거론한 판사들이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도 전해졌다.
지난달 11일부터 열린 이번 사무분담 회의는 같은달 22일까지 결론이 내려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주말을 고려하면 업무 배치일인 25일전까지는 마무리를 지어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무분담은 결국 마감일인 22일 오후 일과시간이 끝날때쯤 돼서야 이뤄졌다.
게다가 지난 사무분담 회의가 작년 2월 14일부터 23일까지 8일 동안 회의가 열렸던 것에 비하면 이번 회의는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과정'은 더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올해 중앙지법에 신설된 대등재판부에 대한 논의나, 인사발표가 이뤄진 시기 등을 감안할 수 도 있지만, 일각에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들의 추가기소가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이달 초 추가기소를 하게 되면, 이르면 이번달부터 전·현직 법관들이 중앙지법 형사부 법정에 서게 될 수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현직인 권순일 대법관의 이름까지 기소 대상에 거론하는 상황인만큼, 현직 판사로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재경지법 판사는 "사법농단 사건 자체가 복잡해 판단이 쉽지 않을 뿐더러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이어서 심리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전·현직 법관 사건이 배당될 수 있는 중앙지법 형사 재판부는 총 16곳이다.
이중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비해 신설된 형사합의34·35·36부에 배당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기소될 판사들의 친소관계를 일일이 고려하면 다른 일반 형사부에 배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