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 27일 밤 북미 정상의 첫 친교만찬(social dinner) 분위기가 대표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대단한 만남과 저녁" "매우 좋은 대화"라고 적었다.
언론에 공개된 만찬 장면도 실제 그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활달한 모습으로 너스레를 떨며 김 위원장을 배려하는 듯 보였다.
김 위원장은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나타내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말한 뒤 이내 "껄껄껄" 웃었다.
두 정상은 만찬 전 단독회담에 임하면서도 상대에 대한 최고의 예를 표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각하'라고 호칭하며 이번 회담이 성사된 것은 "그 남다른 그 통 큰 정치적 결단이 안아온 일"이라고 치하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은 어마어마하고 믿을 수 없는 무한한 경제적 잠재력을 갖고 있다"면서 김 위원장을 '위대한 지도자'라고 표현했다.
물론 정치적 제스처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낙관론에 점차 무게가 실리는 데에는 나름대로 객관적 근거가 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 위원장 모두 회담을 성공시키지 못할 경우 매우 곤란한 처지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공동 운명체론'이다.
'실패한 정상회담은 없다'는 말처럼 하노이에까지 와서 회담을 갖는 것 자체가 이미 상당한 조율이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소장은 27일 하노이 정상회담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KPF포럼'에서 "이번 회담에서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만일 진전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면 2차 정상회담은 취소되거나 연기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 비핵화 후 보상' 방침을 완강히 고수해온 미국이 유연한 태도로 돌아서고 북한 입장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 것도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이다.
이를 전제로 하면 2차 회담 합의문의 윤곽 정도는 예상할 수도 있다.
북미 간 합의의 기본 얼개는 지난해 1차 회담 때 이미 만들어졌다. △새로운 양국관계 수립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 등 3개의 기둥이다.
다수 전문가들은 이 틀은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내용을 채우고 구체화하는 게 이번 회담의 목표로 보고 있다.
또 △새로운 양국관계-연락사무소 설치 △평화체제-평화선언(종전선언) △비핵화-제재완화 식으로 짝을 이뤄 북미 양측의 요구사항을 맞춰나가는 구조다.
낙관적 전망이 나온다는 얘기는 이런 내용이 합의문에 모두 포함되고, 최소한 이면합의를 통해서라도 이행 시점 등의 구체성이 확보됐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미국 인터넷 매체인 복스(VOX)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주요 핵시설 폐쇄(close down)를 대가로 북한에 대한 제재 일부를 풀고 남북관계 개선에 동의할 것이라고 보도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 매체가 밝힌 북미 간 잠정합의안은 순서만 다를 뿐 1차 회담 합의문 구조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 보도가 특히 관심을 끄는 이유는 영변 핵시설에서 핵물질 생산 중단에 대한 상응조치로서 미국은 남북경협이 가능하도록 유엔제재 해제를 위해 노력한다는 제4항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주목할 것은 영변 핵시설 '동결'(생산 중단) 수준에 합의할 것이란 대목이 아니다. 그보다는 '폐기'가 아닌 동결도 제재해제(노력)를 상응조치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협상의 여지가 전보다 훨씬 넓어짐으로써 타결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 셈이다.
따지고 보면 북미관계가 1차 회담 이후 여덟 달이 넘도록 지지부진 한 이유는 상대 측 조치에 대한 평가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북한이) '영변과 종전선언을 교환할 수는 없다. 영변과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를 다 가져가려면 미국도 제재완화 일부라도 달라'고 하는 게 지금의 교환구조"라고 말했다.
하지만 거래 조건을 놓고 팽팽하게 맞서온 양측이 최근 절충점을 찾아가면서 회담 전망에 청신호가 켜지게 됐다.
다만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빅딜이냐 스몰딜이냐 하는 판정기준을 놓고 갑론을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