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매체, 김정은 숙소까지 공개…'긍정성과' 감 잡았나?

북한 내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 보도
북미 실무회담 동향 최초 보도하기도
실무협상 윤곽 잡히고, 결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
"성과 나온다면, '멜리아 호텔' 역사적 장소로 선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해 실무대표단의 보고를 받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다. (하노이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매체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체류하는 호텔의 이름과 북미간 실무협상 동향을 보도 했다.

북미 실무진 사이 협상 동향에 침묵하던 북한이 태도를 바꾸고, 김 위원장의 호텔까지 공개한 것은 실무협상 결과에 만족하고, 의미있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읽힌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7일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제2차 조미수뇌회담 실무대표단의 사업정형을 보고받으시였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매체들은 "조선로동당 위원장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이신 우리 당과 국가, 군대의 최고령도자 김정은동지께서 26일 월남(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해 제2차 조미수뇌회담 실무대표단의 사업정형을 보고받으셨다"고 전했다.

북한 매체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실무진의 협상 상황을 보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비건 대표의 2박 3일 평양 방문이나, 21일부터 5일 연속 하노이에서 열렸던 북미 실무회담에도 침묵해왔다.

특히, 노동신문은 북한 주민들도 읽는 매체임을 고려할 때, 북한 지도층이 북미 실무진 사이에 협상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릴만큼 경과가 양호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협상이 불확실하다거나 난항이 있다면, 북한 내에 공개되는 신문에 최고지도자가 실무담당자들과 앉아 회의하는 모습을 공개할 필요가 없다"며 "실무협상의 윤곽이 드러나고 실마리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매체들은 "경애하는 최고령도자동지께서는 '멜리아' 호텔에서 제2차 조미수뇌회담의 성공적보장을 위해 조미 두 나라가 현지에 파견한 실무대표단사이의 접촉정형을 구체적으로 청취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북미 실무협상의 진행 사실을 공개한 것을 넘어, 김 위원장이 묵고 있는 호텔의 이름마저 공개하는 파격을 선보인 것이다.

북한은 통상적으로 최고영도자의 경호를 위해 일정과 동선에 대해 함구한다. 그런데 매우 이례적으로 '멜리아'라는 호텔의 이름까지 공개한 것이다.

홍민 실장은 "호텔을 직접 거명하면서 보도가 나온 것도 처음"이라며 "북한 입장에서는 이번 회담이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는 듯 하며, 추후 주민들에게 선전할 때 이 호텔을 상징적인 장소로 활용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날 보도에서 매체들은 북미 실무진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논의를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보도하지 않았다.

함께 실린 사진도 이색적이다. 김정은 위원장 오른편에는 리용호 외무상이, 왼편에는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앉아 있다. 또 맞은편에는 실제로 미국 스티븐 비건 대표와 실무협상을 진행한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북특별대표와 김성혜 통일전선부 책략실장이 배석했다.

전통적으로 대미관계에 관여했던 리 외무상과 최 부상의 사진이 실렸고, 이번 실무협상을 이끈 김혁철과 김성혜의 사진을 공개한 것이다. 이 역시 회담이 갖는 의미와 지금까지 성과를 만들어온 실무진을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역사적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한 판단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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