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은 지난 26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첫 일정으로 북한 대사관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한 뒤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오전 11시 주석궁에서 응우옌 푸 쫑 국가주석을, 정오에는 정부 건물에서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각각 회담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김영철 당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등과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하노이 시간으로 저녁 6시 30분에 메트로폴 호텔에서 1:1 단독 회담과 만찬을 갖는 것으로 세기의 담판을 시작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북미회담이 끝난 뒤 베트남을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떠난 뒤에도 다음 달 2일까지 현지에 머물면서 현지 산업·경제시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조선중앙통신은 27일 오전에 "김정은 위원장인 다음달 1일부터 2일까지 베트남을 공식 친선방문"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1차 북미정상회담 때 동행하지 않았던 경제 관련 두 부위원장을 이번에 합류시켰다. 김평해는 내각 관련 행정 업무를, 오수용은 경제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베트남의 첫 완성차 제조업체가 있는 하이퐁의 빈패스트 공장, 박닌의 옌퐁공단 등이 방문 후보지로 거론된다.
김 위원장이 베트남 북부 박닌성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을 시찰할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전을 총괄하는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은 지난 16일 하노이에 도착해 베트남 고위 당국자들을 만난 뒤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 공장 등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전 국정원 제1차장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삼성 공장을 간다면 우리나라와의 경협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뜻이 된다"며 "삼성으로 하여금 북한으로 들어오라는 유인 압력도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 관광지인 하롱베이를 관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롱베이는 김 위원장의 조부인 고 김일성 주석이 1964년 베트남을 두 번째로 방문해 찾았던 곳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1차 북미정상회담 하루 전 저녁에 측근들과 일정에 없던 싱가포르 관광에 나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위원장 일행은 싱가포르의 대표적 관광지인 가든스 바이 더 베이와 마리나 베이 샌즈 건물의 지붕 위에 위치한 스카이 파크, 싱가포르항을 둘러봤다.
김 위원장은 관광 이후 "싱가포르가 듣던바 대로 깨끗하고 아름다우며 건물마다 특색이 있다"며 "싱가포르의 경제적 잠재력과 발전상을 잘 알게 됐다. 귀국(싱가포르)에 대한 훌륭한 인상을 받게 된다"는 등 칭찬 일색의 표현을 쏟아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당시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와의 회담 외에 현지 산업·경제시찰을 하지 않고 숙소에만 머물렀다.
강진웅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관광을 꼽고 있는데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에서 어떻게 했나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남북 경협에서 남한과의 금강산 관광 재개를 비롯해 중국 쪽 삼지연과 원산의 관광지도 북한에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베트남 방문을 끝낸 뒤 중국을 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고 김일성 주석은 1958년 첫 베트남 방문 후 귀국 길에 항저우(杭州), 상하이(上海) 등에 들러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과 회담한 바 있다. 부친인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중국 중·남부 도시를 순방했다.
강 교수는 "북한이 중국과 보고 형식의 회담을 계속했다"며 "일정상의 이유로 중국을 다시 방문할 수 있겠지만, 번거롭게 할 필요 없이 돌아가는 길에 들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남주홍 교수는 "중국의 개혁과 개방의 단초를 제공한 광저우를 방문할 수 있다"며 "광정우는 과거 중국 최고 지도자인 등소평이 실용주의를 천명한 지역으로, 김 위원장이 이곳을 시찰하는 것은 중국에 굉장한 선의와 호의를 과시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