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소로 유력시되는 멜리아 호텔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외부인의 출입이 자유로웠지만 오후부터는 분위기가 일변했다.
이날 오전에도 소방차가 호텔 도로 변에 배치되고 AK 자동소총 등으로 무장한 병력이 호텔 입구를 지켰지만 숫자는 많지 않았고 별다른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때문에 멜리아 호텔과 함께 후보지로 거론돼온 베트남 정부 영빈관도 여전히 최종 낙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영빈관에서도 이날 오전 폭발물 탐지작업 등이 이뤄졌기 때문에 베트남 당국이 일종의 연막술을 펴는 게 아닌가 하는 관측도 나왔다.
멜리아 호텔 관계자는 26일 호텔 투숙이 가능한가를 묻는 질문에 "김정은 위원장 때문이 아니라 예약이 다 찼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다소 애매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4시쯤 보안 검색대까지 설치된 데 이어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비서실장격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이 호텔을 방문하면서 멜리아 호텔이 김 위원장의 숙소로 거의 기정사실화 된 상황이다.
호텔 내부 상황도 긴장감이 높아졌다. 각종 탐색 장비를 갖춘 병력은 호텔 로비는 물론 객실까지 올라가 곳곳에 배치되거나 탐색을 시작했고, 경찰과 호텔 측 직원들은 투숙객이 아닌 경우 내쫓다시피 퇴장을 요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또 다른 핵심 동선인 중국과의 접경지역 동당 역도 이날 오후부터 삼엄한 경비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동당 역은 중국을 종단 중인 김 위원장이 열차 편으로 베트남에 들어오는 첫 관문이다.
역 앞에는 장갑차가 등장한데 이어 군 의장대가 사열 예행연습차 역사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도 목격됐다.
역 주변에선 베트남 방송사들이 중계차를 배치하고 생방송 준비를 하는 등 한적했던 국경 마을의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한편 김 위원장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숙소는 일찌감치 JW 매리어트 호텔로 사실상 낙점된 것으로 알려져 취재 경쟁은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매리어트 호텔은 하노이에서는 의전과 경호 등의 면에서 최상의 입지를 갖춘 곳으로 평가된다. 일각에선 북한 측이 호텔 선정을 양보하는 대신 하노이를 개최지로 요구했다는 설도 제기된다.
다만 정상 회담장은 아직도 공식 발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베트남 외교부 차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늘이나 내일 미국이나 북한 측에서 발표할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