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가, 메르스 역학조사 '소홀'…104번 환자 유족에 1억여원 배상"

법원 "104번 환자 감염…국가, 부실한 역학관계 인과관계 인정"

2015년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메르스 관련 통제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자료사진=연합뉴스 제공)
법원이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사망한 남성의 유족이 정부와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역학조사를 소홀히 했다는 국가 책임을 인정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0단독 남인수 판사는 최근 메르스 '104번 환자'였던 A(당시 55세)씨의 유족이 국가와 삼성서울병원 재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국가는 A씨 아내와 3명의 자녀에게 총 1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역학조사관들이 평택성모병원의 1번 환자 접촉자를 의료진 및 1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사용한 사람들로만 결정했다"며 "다른 밀착 접촉자나 일상적 접촉자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보건 당국이 1번 환자가 중동지역 방문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에 대한 역학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1번 환자의 동선을 따라 접촉자를 파악하기 위한 역학조사관의 최소한의 성의만 있었더라도 1번 환자가 입원한 기간 8층 병동의 입원환자는 1번 환자의 접촉자 범위에 포함되고 그에 따라 A씨의 감염원으로 추정되는 14번 환자도 조사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보건 당국은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 환자에 대한 부실한 역학조사로 14번 환자 등이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김에 따라 메르스가 대규모로 확산됐음에도, 삼성서울병원에서도 14번 환자 접촉자 파악에서도 부실하게 역학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삼성서울병원이 접촉자 분류 업무를 전적으로 담당했다 하더라도 보건 당국의 관리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며 "결국 보건 당국이 메르스 위험 노출 고지 및 증상 확인 등 능동감시 의무를 불이행해 A씨가 2015년 5월 31일~6월 7일 메르스 진단 및 치료기회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메르스의 치명률이 약 40%인 점, 감염 예방 백신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국가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A씨는 2015년 5월 27일 복통을 호소하는 자녀를 데리고 14번 환자가 입원했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같은 해 6월 9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18일 만에 사망했다.

A씨 유족은 "국가와 병원이 메르스 사전 감염 예방 등을 소홀히 했다"며 같은 해 9월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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