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대신 외곽 다지는 주자들, 목표는 대권…洪·金 '포럼 정치'

김병준·홍준표, 당권 포기 후 대선준비 채비
金, 오는 25일 '징검다리' 포럼 창립
洪, 지난해 12월 '프리덤코리아 포럼' 창립 주도
사실상 대선 사조직 성격…당 안팎 비판도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지난 1월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The-K 타워에서 출판기념회 직후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이 오는 27일 당 대표 선거를 앞둔 가운데 당 안팎 대선주자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홍준표 전 대표 등 대선주자들은 당권 포기 후 외곽 조직을 다지며 일찌감치 차기 대선 준비에 나선 모양새다.

김 비대위원장은 오는 2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인근 케이터틀 컨벤션홀에서 열리는 '징검다리' 포럼 창립식에 참석한다. 포럼 준비위원회는 당 안팎 인사들에게 며칠 전 포럼 창립식 초대장을 보냈다.

초대장에는 대한민국의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고 해법을 모색해 건설적인 대안을 제안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행사라고 취지가 설명돼 있지만, 사실상 김 비대위원장을 지지하기 위한 모임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7일 차기 당 대표 선출과 동시에 김 비대위원장은 임기가 만료되는 상황이다. 김 비대위원장 측근 등에 따르면 해당 포럼은 보수 인사 중 통치역량이 있는 사람이 대선주자로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하에 김 비대위원장 지지 모임을 결성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권 도전을 검토했던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전대 불출마 선언과 동시에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불출마를 요구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는 당 분란의 원인을 제공했거나 기여도 낮은 경우 등을 불출마 종용 사유로 들면서 특히 황 전 총리를 겨냥했다.


그러나 불출마 요청에도 불구하고 결국 3명의 당권 주자 모두 전대 출마를 선언하면서 당내에선 김 비대위원장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홍 전 대표만 출마 선언 후 전대 연기 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후보 등록을 포기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불과 7개월 만에 재차 전대 출마 선언과 번복 등 해프닝을 벌인 홍 전 대표도 '프리덤코리아' 포럼과 'TV홍카콜라'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

홍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정계 복귀를 선언하며 자신이 주도한 싱크탱크 '프리덤코리아 포럼'을 출범시켰다. 보수정당의 빈약한 정책 생산능력을 대체하기 위한 조직이라고 홍 전 대표는 설명했지만, 사실상 홍 전 대표의 대선 준비 조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럼에는 학계·법조계·의료계·문화예술계 등 520여 명의 인사가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발기인 중에는 한국당 혁신위원장을 맡은 류석춘 연세대 교수와 '홍준표 키즈'라 불리는 강연재 변호사,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해 논란이 된 고영주 변호사 등이 포함됐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지난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포럼 운영위원장을 맡은 류 교수는 23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현재는 복지와 여성 등 7개 내외의 분과를 만든 상태"라며 "분과를 세분화해 싱크탱크처럼 키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홍 전 대표 대선 조직이라는 설에 대해선 "3년 후 일을 지금부터 이야기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며 "정책 생산을 위해 당을 대체하겠다는 홍 전 대표의 뜻도 있고, 정책적 대안으로 나라를 제대로 만들겠단 사람들도 모여 있다"고 설명했다.

당권에서 멀어진 일부 대선주자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연말을 전후해 보수진영 정계개편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계파 갈등과 탄핵 정당성 등을 두고 보수진영이 분열돼 있지만, 총선 승리를 위해선 단일화를 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보수진영 대선주자 위치를 유지할 경우, 정계개편 국면에서 복귀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혹은 보수진영이 차기 총선에서 참패할 경우에도 총선 후 2년 만에 치르는 대선에서 구원투수로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 차원에서 '포럼 정치'로 세력을 모으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 우려와 기대의 목소리가 교차된다.

당내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정계개편 가능성 때문에 새로 선출되는 당 대표는 누가 되든 시한부 당 대표가 될 거란 설이 많다"며 "보수진영 대선주자들이 씨가 마른 상황에서 당의 자산으로 차기 주자들을 굳이 공격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 초선의원은 홍 전 대표에 대해 "전략과 머리가 탁월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이미지가 박혀 있어 더 이상 욕심을 부려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당내 한 관계자는 김 비대위원장을 겨냥해 "전당대회 기간에 본인 사적 행사를 여는 경우가 어디 있냐. 그나마 남은 점수를 다 깎아 먹고 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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