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박민 참여미디어연구소장
■ 대담 : 김재호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장
◆ 김재호> 네, 안녕하세요.
◇ 박민> 친일 논란이 있는 시인 김해강과 그의 시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건데요. 먼저 김해강 시인은 어떤 문인이었나요?
◆ 김재호> 김해강 시인의 작품들은 문제가 되는 지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이번에는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만 말씀드릴게요. 저희가 문제 삼는 작품은 4편 정도 됩니다. 그 작품들 중에 ‘돌아오지 않는 아홉 장사’라는 시가 있습니다. 이 작품의 내용과 배경을 살펴보죠. 당시 일본은 자살특공대를 이용해서 진주만에 있던 미군을 선제공격합니다. 애리조나라는 배를 함락시키고요. 그 과정에서 일본군 아홉 명이 죽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대대적으로 일본 천왕의 신민이 작렬하게 죽었다. 이를 칭송하는 시가 ‘돌아오지 않는 아홉 장사’입니다. 이 아홉 명의 일본 군인을 두고 우리가 바라는 천황의 신민이다, 황국 만대에 영원했다는 등을 시에서 표현하고 있어요. 또 ‘호주여’, ‘인도 민중에게’라는 시도 문제가 있습니다. 당시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에 실린 시예요. 호주의 국민들하고 인도의 국민들에게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가 함락됐으니 너희들도 이제는 미국, 영국 믿지 말고 대동아 건설에 동참하라고 선동하는 시입니다. 그리고 조선일보 자매지라고 할 수 있는 조광에 실린 ‘아름다운 태양’도 있는데요. 이게 태양을 찬양하는 것 같지만, 거기서 아이가 손에 쥐고 있는 깃발을 보면요. 당시에 깃발이라고 하면 태극기는 아니겠죠. 일장기나 욱일기가 되겠죠. 그래서 김해강의 시는 일본을 찬양하는 정도가 굉장히 강해요.
◇ 박민> 김해강 시인의 친일 행적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셨는데요. 친일인명사전에 포함시킬 것이냐에 대한 여부를 두고 지금 이야기가 되다가 막상 사전에는 빠졌다면서요?
◆ 김재호> 광복회의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는 김해강 시인이 들어 있었어요. 그런데 친일인명사전에는 빠졌단 말입니다. 사실 친일 행위가 없어서 빠진 건 아니고요. 초기 경향시나 저항시에 대한 반론 때문에 유보된 상태예요. 내년으로 예정된 친일인명사전 개정판에는 반드시 김해강 시인이 실려야 된다고 보고요. 문제는 이걸 가지고 봐라 김해랑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하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데 그건 어불성설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따지면 2.8독립 선언서를 작성한 이광수나 독립선언문을 작성한 최남선 같은 문인들도 친일 행적이 없다고 하는 거나 똑같은 겁니다. 김해강 시인이 ‘변절자여 가라’라는 시를 썼었거든요. 이것을 똑같이 김해강 시인에게 묻고 싶습니다.
◆ 김재호> 그렇습니다. 그 당시에 일본이 동아시아를 점령해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문인들이 확신을 가진 거예요. 서정주 시인은 일본이 이렇게 망할 줄은 몰랐다고 했잖아요. 그 정도로 일본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거죠. 그런데 이제 와서 이 문인들이 과거에 저항하는 시도 썼으니 친일 행동에 대해서 넘어가자. 이거는 아니라는 거죠.
◇ 박민> 김해강 시인의 시비는 전주 덕진공원에 세워져 있는데요. 그 시비가 세워진 위치도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요?
◆ 김재호> 저희가 짚고 갈 부분 중에 하나인데요. 덕진공원에서 가장 노른자위가 어디냐고 하면 정문을 기준으로 했을 때 김해강 시인의 시비가 있는 자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입구와 아주 가깝습니다. 정문을 지나서 바로 왼쪽에 김해강의 시비가 떡하니 있습니다. 덕진공원 안에 있는 전봉준 동상 보다 좋은 자리에 있고요. 또 근처에 있는 신석정 시인의 시비는 초라해요. 그런데 김해강 시인의 시비는 굉장히 큽니다. 그리고 더 문제인 것은 이 시비에 김해강 시인의 친일 행적은 전혀 소개가 되고 있지 않아요. 다분히 편파적이고 시인의 과거를 세탁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죠.
◇ 박민> 김해강의 시비가 전봉준 장군비, 손화중 장군비, 김계남 장군비 보다 앞선 위치인 것도 문제이고, 김해강 시인의 친일행적이 소개되지 않은 것도 문제라는 거죠. 그런데 김해강의 시비가 애초에 그 자리에 세워질 수 있었던 배경도 있을 거 같아요?
◆ 김재호> 아무래도 그 부분은 저희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운데요. 아마 김해강 시비 추진위원회가 전주시와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그곳에 세우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누구나 자신이 밀고 있는 사람의 비는 가장 좋은 자리에 세우고자 하잖아요.
◇ 박민> 김해강 시인은 ‘전라북도 도민의 노래’, ‘전주 시민의 노래’를 만든 시인으로도 기억되고 있잖아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논란이 될 수 있겠네요?
◆ 김재호> 네, 이뿐만 아니라 김해강 시인은 전북지역 초·중·고·대학교 교가의 작사자로 가장 많이 등장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보면 전주교대, 전주동중, 유일여고, 호남제일고, 익산 이리초등학교, 고창 해리중, 해리고 등 정말 수도 없습니다. 김해강 시인이 작사만 한 게 문제가 아니고요. 이 학교들의 교가 중 상당수에 이흥렬, 김성태, 김동진 등 친일파 내지는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사람들이 작곡가로 등장합니다. 작사가와 작곡가 둘 다 친일파였다는 거죠.
◇ 박민> 최소한 그들이 어떤 인물이었는지 정도는 정확히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상황에 따라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 시비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토론도 좀 정밀하게 진행해야겠네요.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재호>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