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UN 특별기구인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구글이 최근 새로운 방식의 모듈폰을 특허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9월 28일 '모듈러 장치 및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출원해 WIPO가 지난 1월 31일 공개했다.
구글은 과거에도 모듈 개발 스타트업과 모토로라를 인수한 뒤 2012년부터 비밀리에 모듈폰 개발 프로젝트 아라를 추진하다 폐기한 바 있다.
아라폰은 사용자가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카메라, CPU 등을 필요한 사양에 맞게 레고처럼 조립하는 새로운 개념의 스마트폰으로 2013년 처음 프로토타입 바디 섀시인 스켈레톤과 모듈을 공개한 뒤 2016년 하반기 푸에토리코에서 아라폰 시범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결국 기술적 문제와 내부 사정으로 좌초됐다.
이 특허는 2016년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출시한 카메라·음향 모듈(프렌즈)과 결합해 휴대 멀티미디어 기기로 확장 가능성을 확인한 'G5', 구글이 2014년 레노버에 매각한 모토로라가 LG전자에 이어 출시한 모듈(Moto Mods) 결합식 '모토Z' 시리즈와 닮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LG전자는 G5 이후 모듈폰 출시를 포기했지만 모로토라는 좀 더 나은 확장성을 보이며 몇 차례 업그레이드 버전을 내놓은 바 있다. G5는 모듈 갯수가 제한적인데다 스마트폰 하부에 결합하는 방식인 반면, 모토Z 시리즈는 모듈에 내장 배터리가 탑재돼 여러 기능을 더할 수 있다. 후면 하단에 모토 모드 커넥터가 있어 스마트폰 케이스처럼 뒷면에 씌우듯 부착하는 방식이어서 확장성이 높았다.
이렇게 되면 디스플레이, 센서, CPU, 섀시, 카메라, 배터리, 통신 모듈 등을 모두 교환 할 수 있게 된다. 규격만 통일 되면 폼펙터가 스마트폰에 제한되지 않고 레고처럼 다양한 모듈형 전자 장치를 사용자가 직접 만들 수 있다.
기본 개념은 프로젝트 아라에 가깝지만 모토Z처럼 좀 더 쉬운 방식으로 개선되면서 아라와 모토 모드의 중간 지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G5나 모토Z보다 뛰어난 확장성, 제조사가 아닌 소비자 중심의 단말기라는 점, 스마트폰 이상의 다양한 전자 제품으로 확산될 경우 소프트웨어와 제조산업에 일대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눈길을 끄는 특허다.
부품 공급업체들은 브랜드 제조사에 얽매이지 않고 직접 소비자용 모듈 제품을 출시하거나 유통할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케이스와 특정 모듈을 일정기간 또는 특정 목적에 따라 렌탈·공유해 사용하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도 있다.
특허 문서는 "여러 전자 모듈을 케이스에 부착하여 사용자 중심에 맞게 다양하게 수정할 수 있는 독특한 기능을 가진 새로운 장치"라며 "사용자 능력에 따라 여러 하우징 방식으로 전자 장치를 결합해 사용자 중심의 경험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심각한 환경문제로 지적받고 있는 스마트폰 등 전자 폐기물을 줄일 수 있고, 새 제품 업그레이드를 위해 더이상 비싼 비용을 들여 단말기를 통째로 바꾸지 않아도 된다.
구글이 실제 이 모듈폰을 출시할 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일각에서는 2020년 이후 차세대 구글 스마트폰 픽셀4에 적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 올해 본격 등장하는 폴더블폰과 함께 스마트폰 폼펙터에 일대 전환을 이끌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