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망언' 한국당 의원 '면책특권' 어렵다

여야, 김진태·이종명·김순례 '고소·고발'
비공식석상서 직무와 무관한 발언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 여지도 커
법조계 "실제 처벌로 이어질 수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5.18 망언을 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지도부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5·18 망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에 대해 고소·고발 등 형사조치가 잇따르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국회의원은 국회 안에서의 직무상 발언에 책임을 지지 않는 '면책특권'을 갖지만, 이번 한국당 망언 사건은 예외가 될 전망이다. 수사로 이어질 경우 실제 처벌까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의당은 11일 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정호진 대변인은 "왜곡과 날조, 가짜뉴스의 발본색원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고발 취지를 밝혔다.

5·18 유공자인 민주평화당 최경환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은 당사자로서 해당 의원들을 고소할 예정이다.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도 동참할 계획이고, 시민단체들 역시 고발에 나서고 있다.

우리 헌법은 국회의원들에게 면책특권을 보장한다. 자유로운 의정활동을 보장하고자 국회 안에서 행한 직무상 발언에 대해 국회 밖에서 따로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하는 취지다.

하지만 최근 한국당 의원들 사태의 경우 이같은 면책특권과 무관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송기헌 의원은 "한국당 의원들의 발언은 본회의나 상임위 등 공식석상도 아니고, 법적 근거도 없는 행사장에서 나온 발언"이라며 "국회에서 이뤄진 행사이더라도 면책특권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국회 공식석상이 아니었다는 장소의 문제와 함께 직무 연관성 측면에서도 사적인 경향이 짙다는 지적이 나온다. 5·18 공청회가 의정활동이 아닌 지지층 결집이라는 사적 목적에서 마련된 행사라면, 거기서 나온 발언 역시 직무에서 벗어났다고 봐야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김진태 의원의 경우 한국당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나와 보수세력의 지지가 필요한 상태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해당 의원들의 발언이 직무와 관련없는 개인 정치적 목적의 발언일 경우에도 면책특권의 예외임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특히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발언이라면 어떤 경우라도 면책특권이 적용될 수 없다. 대법원은 지난 2007년 "허위임을 알면서도 허위사실을 적시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까지 면책특권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5·18 공청회에 발표자로 나선 극우논객 지만원씨는 광주 민주화운동의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다가 2013년 명예훼손 혐의로 이미 유죄를 확정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지씨가 주장하는 북한군 개입설은 출처나 증언자들이 불분명하고 내용이 검증되지 않은 허위사실"이라고 못박았다.

결국 허위사실로 드러난 지씨의 주장을 의원들이 되풀이하거나 동조했다면 이 또한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볼 여지가 크다는 해석이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문제가 된 의원들이 지씨의 주장이 허위사실임을 알면서도 거들었다면 고소·고발 이후 수사과정에서 실제로 처벌받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의원들이 허위사실임을 미리 알았는지, 명예훼손의 고의성이 있었는지에 대한 입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진태·이종명 의원은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씨를 초청해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를 열었다. 당시 이 의원은 "폭동이라고 했던 5·18이 정치적 세력에 의해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고 말했고, 행사에 동석한 김순례 의원은 "종북좌파들이 5·18 유공자라는 괴물집단을 만들어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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