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진행 방식에 불만을 품고 의도적으로 '보이콧'을 감행한 임 전 차장이 법원의 국선 선임을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임 전 차장에게 '국선변호인 선정을 위한 고지'를 보냈다.
앞서 임 전 차장 측 변호인 11명은 지난달 29일 일괄적으로 재판부에 사임계를 제출했다. 여기에 임 전 차장도 불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다음날 예정됐던 첫 정식 재판이 파행을 빚었다.
임 전 차장 측의 '재판 보이콧' 배경에는 재판진행 절차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변호인단은 "사건 기록이 방대해 재판준비를 마치지 못했다"며 한 차례 준비기일을 더 열어달라고 요구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주4회로 진행되는 재판일정에 대한 불만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 전 차장 재판이 사선 변호인단을 다시 선임하지 않으면 재판부가 국선 변호인단을 꾸려야 한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임 전 차장 사건과 같은 '필요적(필수적) 변론 사건'에는 변호인 선임이 필수다.
피고인이 구속됐거나 사형, 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 피고인은 변호인이 있어야 한다.
임 전 차장이 국선 선임 절차를 받아들이면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재판의 모습이 재현될 수도 있다.
앞서 2017년 10월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재판부의 구속기간 연장에 반발하며 '재판 보이콧'을 선언했다. 재판부는 임의로 국선변호인 5명을 선정했고 재판은 한달이 넘어서야 재개됐다.
이 때문에 임 전 차장이 의도적으로 시간을 끄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임 전 차장의 1심 재판 구속만기는 오는 5월 14일까지다. 이때가지 선고가 내려지지 않으면 임 전 차장은 석방된 뒤 불구속 재판을 받게 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임 전 차장 재판 자체가 한 주에 여러번 심리를 여는 집중심리 사건"이라며 "작년부터 시작된 재판이 아직까지 제대로 열리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선 선임 절차를 거부하고 다시 사선 변호인단을 꾸릴 가능성도 있다.
당초 임 전 차장은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의 황정근 변호사와 검찰 출신 김창희 변호사, 대한변협 이사 출신 문한식 변호사 등 11명의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린 바 있다.
임 전 차장 입장에선 본인이 직접 꾸린 변호인단 대신 국선 변호인에게 재판을 맡길 이유가 없다는 시각도 나온다.
임 전 차장의 보이콧이 향후 재판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샅바싸움'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반드시 변호인을 선임해야 하는 필요적 변론사건 제도의 맹점을 활용해 전략적인 태도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