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짝 김복동' 조문 길원옥 할머니 "이렇게 빨리 가시네"

손잡고 '나비기금' 만든 위안부 피해 생존 친구 배웅 나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2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복동 할머니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故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를 '단짝' 길원옥(91) 할머니가 29일 오후 찾았다.

부축을 받고 영정 앞에 선 길 할머니는 5분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멍하니 무릎을 꿇고 앉았을 뿐이었다.


장갑을 벗은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긴 침묵만 이어지자 오히려 지켜보던 주변에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길 할머니는 "하고 싶은 말씀을 해보라"는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이사장의 말에도 고개만 숙였다 다시 들기를 반복했다.

"김복동 할머니를 보시니 어떠냐"고 물어도, "편안히 가셨다"고도 전해도 침묵하던 길 할머니는 한참 뒤에야 "이렇게 빨리 가시네" 하고 나직이 말했다.

길 할머니는 김 할머니가 생전에 좋아하셨던 노란빛 조끼를 조끼를 재킷 안에 받쳐 입었다.

윤미향 이사장은 길 할머니가 부고를 이날 아침에야 들었다고 했다. 길 할머니는 아침식사를 하며 숟가락을 두 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고 윤 이사장은 전했다.

길 할머니는 조문을 마치며, 추모 팸플릿에 적힌 글귀를 또렷한 목소리로 읽어내려갔다.

"뚜벅뚜벅 걸으신 평화 인권 운동의 길, 저희가 이어가겠습니다. 고 김복동, 평화를 위한 한 영웅의 발걸음"이라는 대목이다.

두 할머니는 지난 2012년 전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지원하는 '나비기금'을 함께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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