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축을 받고 영정 앞에 선 길 할머니는 5분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멍하니 무릎을 꿇고 앉았을 뿐이었다.
장갑을 벗은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긴 침묵만 이어지자 오히려 지켜보던 주변에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길 할머니는 "하고 싶은 말씀을 해보라"는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이사장의 말에도 고개만 숙였다 다시 들기를 반복했다.
"김복동 할머니를 보시니 어떠냐"고 물어도, "편안히 가셨다"고도 전해도 침묵하던 길 할머니는 한참 뒤에야 "이렇게 빨리 가시네" 하고 나직이 말했다.
길 할머니는 김 할머니가 생전에 좋아하셨던 노란빛 조끼를 조끼를 재킷 안에 받쳐 입었다.
윤미향 이사장은 길 할머니가 부고를 이날 아침에야 들었다고 했다. 길 할머니는 아침식사를 하며 숟가락을 두 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고 윤 이사장은 전했다.
길 할머니는 조문을 마치며, 추모 팸플릿에 적힌 글귀를 또렷한 목소리로 읽어내려갔다.
"뚜벅뚜벅 걸으신 평화 인권 운동의 길, 저희가 이어가겠습니다. 고 김복동, 평화를 위한 한 영웅의 발걸음"이라는 대목이다.
두 할머니는 지난 2012년 전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지원하는 '나비기금'을 함께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