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과거사위, MB정부 민간인 사찰 의혹 '윗선'은 끝내 못밝혀

과거사위 "당시 靑민정수석, 서울중앙지검장 등 조사 불응"
핵심 물증 USB가 대검에 넘어간 뒤 '행방불명'은 인정
당시 대검 중수부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

(일러스트=연합뉴스)
이명박정부 시절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해 당시 검찰 수사가 소극적이었다는 검찰 과거사위원회(이하 '과거사위')의 진상 조사 결과가 나왔다.


법무부 산하 과거사위는 최근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으로부터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민간인사찰 사건' 조사결과를 보고받고, 재발 방지책 마련을 권고했다고 28일 밝혔다.

과거사위는 "청와대와 총리실 비선조직이 민간인 등을 광범위하게 불법사찰 한 전대미문의 사건에 벌어졌는데도 검찰은 정치권력을 향한 수사를 매우 소극적으로 벌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검찰이 사건을 수사했을 때부터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청와대 등 윗선 가담자의 수사를 소극적으로 했다는 부분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명박정부 시절 민간인사찰 사건은 2010년 민간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가 블로그에 이 전 대통령을 희화화한 동영상을 올렸다가 불법사찰 끝에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시작됐다.

당시 검찰은 김 전 대표 사찰 과정에 당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전방위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보고,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등 사찰 관련자 3명을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그 윗선까지는 수사가 이어지지 못했고, 2012년 장진수 전 총리실 지원관실 주무관이 불법사찰을 넘어 당시 돈을 받는 대가로 증거인멸 지시까지 있었다고 폭로하면서 수사는 2라운드로 이어졌다.

하지만 검찰의 2차 수사에서도 일부 관련자를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기소했을 뿐, 사건 전모를 밝히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해 수사가 미진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번 과거사위 역시 당시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와 검찰 사이 사전 조율이 있었는지 여부 등은 밝혀내지 못했다.

권재진 전 청와대 민정수석, 노환균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 당시 고위직이 조사에 응하지 않은 게 이유였다.

과거사위는 다만 2차 수사 당시 불법사찰 정황이 담긴 핵심 물증 USB(이동식 저장장치)가 대검 중수부에 건네진 뒤 실종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해당 USB가 수사팀장을 통해 중수부에 전달된 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당시 대검 중수부장이었던 최재경 변호사는 대검에서 USB를 절차에 따라 포렌식한 후 수사팀에 넘겼고, 이 과정에 중수부는 관여한 바가 없다며 과거사위의 결론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과거사위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재발방지책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검찰 지휘부 수사지휘권 행사기준 마련 ▲기록관리제도 보완 등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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