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카카오·KT 법 위반 성격 다르다"…카뱅에 '청신호'

"카카오M 공정거래법 위반은 카뱅 대주주 결격사유 아냐" 내부 의견 제기
KT "ICT산업 벌금 전력 금융산업 인가때 반영은 가혹…특성 고려해달라"

카카오와 KT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된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에 대해 금융당국이 서로 다른 성격이라는 내부 판단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KT의 위반 전력은 대주주 결격사유가 될 수도 있지만 카카오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이다.

이런 판단으로 미뤄보면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최대주주 승격엔 청신호가, KT의 케이뱅크 지분 확대에는 적신호가 켜졌다는 의미다.

다만 아직은 초안 성격의 내부 의견이어서 양사가 한도초과보유주주 승인 신청을 한 이후에 본격적인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시작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카카오와 KT의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한도초과보유주주 승인 결격사유가 되는지에 대해 양사 사례는 케이스가 다르다는 내부 판단이 있다"고 27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대주주인) KT는 직접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전력이 있지만 카카오의 경우 카카오M이 카카오 계열사가 되기 전 범법 사례인 데다 카카오M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법인이 아닌 계열사 법인이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발언은 KT의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은 한도초과보유주주 승인 결격사유로 작용할 수 있지만 카카오M의 사례는 경미한 건으로 예외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해석을 낳는다.

즉 카카오는 17일 발효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라 지분율을 최대 34%까지 늘려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로 부상할 수 있지만, 케이뱅크는 공정거래법 위반이 확정된 2016년부터 5년이 경과하는 2021년까지 지분 확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의미다.

현행 인터넷은행법 특례법은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이 인터넷은행의 지분 10%를 초과 보유할 때 금융위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데, 최근 5년간 부실금융기관의 최대주주가 아니고 금융관련법령·공정거래법·조세범처벌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려 있다.

금융위가 위반 사실이 경미하다고 판단할 경우 승인해줄 수 있는 법률적 단서가 있으나 추후 책임의 문제가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금융위의 재량 여지가 크지 않다.


카카오의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은 자회사 카카오M이 2016년에 공정거래법 위반(온라인 음원 가격 담합)으로 1억원의 벌금형을 받은 것이다. 이 시점은 카카오계열로 합병되기 전인 로엔엔터테인먼트 시절이었으므로 카카오계열의 위법행위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도초과보유 요건 심사 대상에 대한 문제도 있다. 즉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초과보유하는 대주주 대상 법인의 범법 사항을 보는 것이지 그 계열사를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해 김범수 의장의 공시 누락(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1억원 벌금형 약식기소건 역시 대주주 대상 법인이 아닌 '동일인'의 위법행위라는 점에서 한도초과보유주주 결격사유를 피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반해 KT는 지하철 광고 아이티시스템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했다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2016년에 7천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된 바 있다. 이 사례는 케이뱅크의 대주주인 KT가 직접 연루된 사안인 만큼 한도초과보유주주 결격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KT는 과거 금융사들이 영업정지 또는 벌금 수천만원을 받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경미한 사안'으로 판단 받은 사례가 있다는 점을 피력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ICT 산업군(KT)에서 받았던 벌금형 전력을 금융 산업 인가 때 반영하는 것은 가혹하다"면서 "금융산업 혁신을 위해 ICT 기업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려는 것을 고려해 ICT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내 이런 기류와는 별개로 카카오와 KT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로 도약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양사는 은행법 체제에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주주구성을 마쳤으나 은산분리 완화 시에는 주식을 일정 조건에 넘겨받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카카오와 KT 모두 지분율을 30% 이상으로 늘린다는 것이다.

케이뱅크는 24일 이사회에서 5천900억원 상당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KT가 명실상부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 시동을 건 것이다.

카카오 역시 주주 간 협의를 진행 중이다.

카카오와 KT는 주주 간 협의를 마치는 대로 금융당국에 한도초과보유주주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카카오와 KT에 대한 한도초과보유주주 승인은 신청이 들어온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면서 "양사의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경미한 사항으로 봐 승인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은 금융위원회에 상정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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