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출마 없다"던 유시민, "하기 싫다"로 달라진 뉘앙스

유시민, 선관위에 '대권 여론조사 빼달라' 공문
김대중부터 문재인까지…'정치 안한다'고 했지만 결국 대통령行
정치인들의 믿지 못할 '불출마' 선언

유시민.(사진=연합뉴스)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의 행보는 언제나 세간의 관심을 끌어모은다.

최연소 보건복지부 장관, 진보 정치의 '아이콘'으로 활동하다가 돌연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지금은 집필과 방송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가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선주자 여론조사시 자신을 포함하지 않게 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선정되는 대권 주자들은 선관위가 아닌 각 여론조사 기관에서 결정한다.

물론 선관위에서 여론조사기관의 여론조사와 관련해 제재나 간섭을 할 수는 있지만, 자칫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선관위의 통제가 쉬운 일이 아니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논의가 필요하다"며 "오는 25일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회의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이사장의 대선 출마 혹은 정계 복귀 얘기가 꾸준히 나오는 이유는 유 이사장의 발언과 행보가 이전과는 미묘하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 유 이사장은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취임하기 이전인 지난해 6월 Jtbc 교양프로그램 '썰전'에서 하차하면서 "이제 정치에서 더 멀어지고 싶어 정치비평의 세계와 작별하려 한다"며 "앞으로는 자유로운 시민으로서 본업인 글쓰기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난 지난해 10월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또 올해 1월에는 '가짜뉴스'에 대응하겠다는 명목으로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와 '고칠레오'를 시작하며 정치인들과 인터뷰를 하거나 뉴스에 대한 '팩트체크'를 하기 시작했다.

노무현재단이 직접적인 정치단체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어째든 그는 멀어지려 했던 정치로부터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또 유 이사장은 지난해 노무현재단 이사장 취임식에서 "저는 공무원 되거나 공직 선거 출마는 지금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거라는 말씀드린다"고 잘라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유 이사장은 지난 7일 '고칠레오' 방송에서 자신의 정계복귀와 대선 출마설과 관련해 "대통령이 안 되고 싶다. 선거에 나가기도 싫다"며 "그렇게 무거운 책임은 안 맡고 싶다"고 전했다.

정계복귀나 대권 출마 가능성에 "없다"고 단정하던 그가 "하기 싫다"는 입장으로 바뀐 것으로, 미묘한 차이가 있다.

전자는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지만, 후자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를 두고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윤태곤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재단 2대 이사장이었던 사실을 언급하며 유 이사장의 현재 모습을 "10년 전 문 대통령 모습"과 비교했다.

문 대통령은 2009년 때만 해도 언론에 "난 정치 안한다"고 잘라 말했었다. 청와대 재직 당시에도 "정치 안한다"는 말을 종종했다고 전해진다.

사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정치인들의 '불출마' 선언을 좀처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부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문 대통령 등 불출마를 선언했다가 대권에 도전한 인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최근에는 대권 행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욕심을 숨기고 자중하는 편이 오히려 득이 된다는 시각도 있다.

대권가도를 달리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미투 운동'으로 사실상 정계에서 쫓겨났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여러 구설로 상처를 입은 상황이다. 이완구 전 총리도 대권 반열에 올랐다가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곤혹을 치렀다.

이러 이유로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이낙연 총리가 전날 CBS라디오 '시사자키'에 출연해 대권과 관련해 "사실은 총리도 굉장히 벅차다. 더 막중한 책임 잇는 자리를 하겠다?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차기 대선을) 지금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참 두려운 일"이라고 말한 것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유 이사장의 행보와 관련해 여전히 정계복귀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선도 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알릴레오' 팟캐스트를 하기로 한 것은 문재인 정권이 집권 중반기로 들어서면서 점차 힘이 빠지는 상황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부탁 등 여권인사들의 도움 요청을 유 이사장이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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