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 넘은 초졸 할머니가 쓴 '가슴으로 읽는 글, 나의 자서전'

부산의 한 할머니, 굴곡진 자신의 인생 담담하게 써내려가 감동
평범한 할머니의 자서전에 한 시대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져

초등학교밖에 졸업하지 않은 부산의 박석만(72) 할머니가 굴곡진 자신의 인생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 자서전을 펴내 감동을 주고 있다.(사진=박석만 씨 제공)
자서전 하면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두거나 어떤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 쓰는 책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초등학교밖에 졸업하지 않은 부산의 한 할머니가 굴곡진 자신의 인생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 자서전을 펴내 감동을 주고 있다.

<내 인생의 주연배우>라는 자서전을 발간한 박석만(72·여) 할머니. 초등학교 졸업 학력이 전부인 그녀는 자신이 직접 자서전을 쓰기 전까지만 해도 '자서전은 유명한 작가들만 쓰는, 꿈에도 생각 못 할 일'이었다고 자신의 자서전에서 말하고 있다.

전쟁통이 끝난 1950~60년대, '여자애가 무슨 학교에 다녀'라는 사회 분위기와 친정어머니의 만류에 박 씨는 중학교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보다 셈이 빨랐고, 상황 판단력은 남달랐지만, 그녀는 평생 배움 앞에 움츠려야 했다.

특히 나이 마흔쯤에 남편 없이 애 셋을 키우기 위해 직장을 구하려 했을 때는 졸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번번이 퇴짜를 맞아야 했다.

그동안 먹고살기 힘들어 진학은 생각조차 못 했지만, 애 셋을 다 키우고 일흔이 지난 박 할머니는 얼마 전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자서전 발간도 함께 준비했다.

막내를 낳기 전까지 내리 딸만 두 명을 낳아 시댁으로부터 받았던 서러움, 남편 없이 보험외판원 일을 하면서 문전박대를 당했던 경험, 극단적 선택을 앞두고 신앙으로 이겨낸 그녀의 녹록지 않은 과거를 자서전에서 담담하게 써 내려가고 있다.

평범함 보통시민 부산의 박석만(72) 할머니가 자서전의 밑바탕이 된 일기를 보이고 있다.(사진=박석만 씨 제공)
그러면서 유년 시절 호호불며 먹었던 10원짜리 라면과 애 셋을 모두 명문대 법대와 의대를 보내며 느꼈던 소소한 행복도 과장없이 진솔하게 풀어내고 있다.

화려한 미사여구는 없지만, 그녀의 자서전에는 한 가정의 가족사이자 대한민국 보통사람들이 살아간 시대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셈이다.

중학교 진학에 이어 고등학교 진학도 꿈꾸고 있는 박 씨는 두번째 자서전을 위해 지금도 자신의 인생을 일기를 통해 기록하고 있다.

박 씨는 "인생은 무대며, 나는 그 무대 위의 배우, 모든 삶은 맡은 역할이다"면서 "힘들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겠냐만은 자신의 쓰디쓴 인생을 기록하면서 정화되는 기분을 다른 사람들도 느꼈으면 좋겠다"며 주변 지인들에게 자서전을 쓸 것을 오늘도 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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