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애꿎은 포토라인에 돌을 던지라고?"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포토라인 (사진=연합뉴스)
법조계에 때 아닌 '포토라인 논쟁'이 한창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1일 검찰 소환 당시 서울중앙지검앞에 설치된 포토라인을 '패싱(그냥 지나치기)'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일부 보수언론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포토라인을 인권 침해의 대명사로 내세우면서 일종의 '방향성'을 강요하고 나섰다. '국민의 알권리' 대(對) '현대판 멍석말이'라는 대결 구도를 만들어냈다.

피의 사실 흘리기와 수갑 채우기 등 '망신 주기식' 수사 행태에 '포토라인 세우기'도 포함시킬 기세다.

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정점에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 소환에 앞서 대법원 정문앞에서 입장표명을 한 뒤 정작 검찰 포토라인을 그냥 지나친 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뒷말'이 나온다.

'작금의 검찰 수사 방향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작심'으로 보는 사람도 있고, 단순히 앞서 (대법원 정문에서) 입장 표명을 했으니 포토라인에서 다시 얘기하는 것은 '중복'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대체로 법원내에서는 "포토라인 패싱이 뭐가 문제가 되느냐"는 반응이었다. 실제로 피의자 비공개 소환으로 포토라인 자체를 없앤 최근 전주지검의 사례를 거론하는 판사들도 많았다. 세월이 증명하듯 잘못된 관행은 바뀌는 게 맞다는 얘기도 나왔다.

사실 포토라인이 등장한 건 채 30년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수명을 다했다면 없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의도성을 가지고 이를 부추기는 것이라면 이는 다른 문제다.


일단 '포토라인'이 생기게 된 배경부터 알아보면, 포토라인은 지난 1993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검찰 소환때 벌어진 사건 때문에 탄생했다.

당시 국민당 대표이던 정 회장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지검에 소환됐는데 그 모습을 찍으려던 사진, 영상 기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정 회장의 이마가 카메라에 찍혀 피가 흐르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이후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 끝에 한국사진기자협회와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는 공동으로 포토라인 제정 논의에 들어갔고 나중에 '포토라인 시행 준칙'으로 구체화됐다.

엄밀히 따지면 포토라인은 유명인사에 대한 취재가 과열 경쟁 양상으로 번짐으로써 발행할 수 있는 몸싸움과 이에 따른 사고를 예방하려는 목적으로 설정한 일종의 취재 경계선일 뿐이다.

따라서 유명인사가 여기에 멈춰서서 사진, 영상기자들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입장표명을 하고 취재 기자들의 질문에 답할 의무는 없는 것이다.

포토라인이 생겨난 배경과 역할이 이렇다고 해서 포토라인의 숨겨진 순기능까지 무시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 건 아니다.

포토라인은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는 일종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권력자든 아니든, 돈이 있든 없든 혐의를 받고 있는 공인이라면 암묵적으로 포토라인에 서야만 했다.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예외가 없었고 재벌 총수 역시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게다가 평소 취재 접근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인물들에 대해 최소한의 취재를 담보했던 곳이 바로 포토라인이었다.

어쩌면 포토라인은 인권과 국민의 알권리라는 가치가 극명하게 충돌하는 지점인지도 모르겠다. 이는 둘중의 어떤 가치를 중시 하느냐에 따라 포토라인이 달리 보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포토라인 존치 주장이 인권을 경시하자는 말과 같은 맥락으로 읽혀서는 안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서 일부 보수언론의 포토라인 폐지 주장도 인권 옹호와 동일시돼서는 곤란하다.

지금까지 그토록 '국민의 알권리'를 목에 피가 나도록 외쳤으면서 유독 이번 일에서는 '인권'을 강조하는게 마뜩잖기 때문이다. '사법농단 의혹의 본질을 흔드려는 의도 아니냐'는 말까지는 입에 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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