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학계·연구원·금융기관·건설사 등 전문가 100여명을 상대로 지난달 17~19일 실시한 '부동산시장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4.7%가 '1년 후 서울 주택 매매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9월 실시한 같은 취지의 여론조사에서는 하락 전망이 27.5%였다. 3개월만에 17.2%포인트 하락 전망이 급등했다. 반면 '1년 후 서울 집값 상승' 응답률은 같은 기간 46.1%에서 24.3%로 21.8%포인트 급락하는 등 상승-하락 전망이 반전됐다.
한국갤럽의 정기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반인들 인식도 이와 비슷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8~10일 실시한 1년 뒤 집값 전망 여론조사에서 '서울지역 거주자' 198명 가운데 하락 전망 응답은 45%로 KDI의 전문가 조사와 사실상 일치한다.
서울 거주자의 상승-하락 전망 역시 뒤집혔다. 지난해 10월 2~4일 실시된 같은 조사에서 서울 거주자 195명 중 집값 하락 전망은 17%였다. 두달만에 22%포인트 급등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집값 상승 전망은 48%에서 28%로 20%포인트 급락했다.
전국 응답자를 모두 따져도 1년 뒤 집값 상승 전망은 지난해 10월(응답자 1004명) 43%에서 최근(1002명) 중 28%로 낮아졌다. 반대로 같은 기간 집값 하락 전망은 21%에서 39%가 됐다.
이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과세 강화와 대출 규제로 투기 수요를 막는 한편, 신도시 등 공급을 늘려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 정책이 쏟아진 데 따른 변화로 해석됐다. "투기가 잦아들고 실수요자에 유리한 주택 정책이 자리잡혀가는 것"(당국 관계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집값 전망이 반전된 기간을 전후해 8·27 부동산 대책(수도권 9곳 투기지역 등 추가 지정),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다주택자 과세 강화 및 투기목적 대출 봉쇄), 9·21 수도권 공급 확대 대책(신규 공공택지 30만가구 공급), 12·19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3기 신도시 개발 및 공시지가 인상 계획) 등이 잇따랐다.
다만 집값의 하락이 주택담보대출 부실화, 건설경기 침체 등 금융상의 위험요인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 최신판에서 "대출금리 추가 상승, 부동산시장 위축 등이 발생하면,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 규모가 과다한 차주를 중심으로 채무상환에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부동산 그림자금융 현황과 업권별 리스크 관리방안' 보고서에서 지난해 9월 현재 부동산 관련 그림자금융 규모는 469조7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17% 정도인 80조원 규모가 부동산 시장 악화시 부실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신 선임연구위원은 "관련 상품이 다양하고 부동산 경기변동에 따른 리스크의 성격과 규모도 상이한 만큼, 업권별·상품별 차별화된 리스크 관리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