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농도 미세먼지에 도심 '한적'…실내시설은 '피신 인파' 북적

올해 첫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서울시청앞 스케이트장 운영중지

"요새 날마다 미세먼지가 난리라 아예 마트에서 마스크를 대용량으로 사다 놓고 가방에 넣어 다닙니다. 오늘도 안 쓰면 큰일 나겠다 싶어 꺼내 썼습니다."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자 서울 도심 거리에 인적이 뚝 끊겼다. 시민들은 백화점이나 영화관 등 실내 시설로 '대피'해 시간을 보냈다.

13일 정부는 올해 들어 처음 서울·경기·인천 지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했다.

평소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광화문 광장은 이날 오전 시설 경비 중인 경찰관을 제외하면 관광객이나 산책하는 시민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서울 시청광장의 스케이트장도 이날 미세먼지를 이유로 운영을 중단해 썰렁한 모습이었다.

주말이면 나들이 나온 시민들로 붐비던 혜화역 4번출구 앞 번화가도 걸어 다니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지인과 약속이 있어 광화문 광장에 나왔다는 직장인 이모(36)씨는 "미세먼지가 일상이라 마스크는 마트에서 대용량으로 사뒀고, 가방에 하나씩 늘 넣고 다닌다"며 "오늘은 집 안에 있는데도 공기청정기가 미친 듯이 돌아가더라. 일정을 얼른 마치고 빨리 집에 돌아갈 것"이라며 발길을 재촉했다.

대학로 거리에서 만난 신모(27)씨는 "어제 뉴스를 보니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해서 마스크를 썼다"며 "교회만 다녀왔다가 금방 들어갈 생각"이라고 답하고 빠르게 지하철역으로 걸음을 옮겼다.

반면 근처 카페와 영화관은 미세먼지를 피해 들어온 시민들로 붐볐다.

남편과 근처 복합상영관을 찾은 박모(47)씨는 "오늘 같은 날은 실내 활동만 하려고 한다. 영화가 끝나면 바로 점심 먹고 들어갈 생각"이라며 "미세먼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 같아 가끔 우울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친구와 카페에 있던 대학생 김모(22)씨는 "원래는 근처에 사는 친구와 신촌에 가서 점심도 먹고 쇼핑도 하려고 했다"며 "그런데 막상 밖에 나와 보니 하늘도 뿌옇고 숨쉬기도 답답해 근처 카페로 '피신'했다"고 전했다.

어린 자녀들의 성화에 못 이겨 집 바깥으로 나온 부모들도 실내 시설만 이용하기로 '전략'을 짜는 경우가 많았다.

5살 아들을 키우는 홍모(36)씨는 "아들 녀석이 늘 힘이 넘쳐서 밤에 제때 재우려면 집에서만 놀아서는 답이 없다"며 "주말이면 야외 활동을 하는데 오늘은 교회 갔다가, 애들 할머니 댁 갔다가, 광명 가구점 들렀다가, 키즈 카페에 가기로 했다. 실내 시설만 돌아다니면서 애 힘을 빼놓을 계획"이라며 웃었다.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대기오염도 공개 홈페이지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현재 서울의 1시간 평균 미세먼지(PM2.5) 농도는 79㎍/㎥에 이른다. '매우 나쁨' 기준치(75㎍/㎥)를 넘는다. 서울 양천구는 이 수치가 한때 109㎍/㎥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날 오후 9시까지 시행되는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에 따라 수도권 화력발전소의 출력은 80%로 제한되고 지자체는 청소차를 동원해 도로를 청소한다. 또한 차고지, 터미널 등 미세먼지가 우려되는 지역에서는 배출가스와 공회전을 단속하는 등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각종 대책이 시행된다.

단, 행정·공공기관의 차량 2부제와 서울지역의 2.5t 이상 노후경유차 운행제한은 휴일임을 고려해 시행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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