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비친 한국 교복 논쟁

필자와 같은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 일명 *'바링허우(80後)'들에게 교복은 청춘에 관해 가장 아쉬운 기억 중 하나다.

(*바링허우:중국이 1가구 1자녀 정책을 실시한 후인 1980년대에 태어난 세대를 이르는 말)

당시 필자가 다니던 학교의 교복은 크고 헐렁한 데다 색상도 약간 촌스러워서 디자인 감각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런 교복을 입고 있노라면 가장 빛나는 시절에 응당 있어야 할 청춘의 활력마저 사라지는 듯했다.

그런 심정 때문인지 한국 드라마에서 생기발랄한 남녀 주인공이 거의 최신 유행에 가까운 교복을 입고 나올 때면 어쩔 수 없는 보상 심리에서 나오는 깊은 부러움이 느껴지곤 했다.

한국 교복의 역사를 살펴보면, 드라마에 나오는 서양식 유니폼 형태의 교복은 사실상 근대의 산물이다.

한국의 교복은 19세기 설립된 신식 학당에서 시작됐다. 당시에는 한국의 전통 복장 형식을 따랐지만 20세기 초부터 남학생 교복은 양복으로 바뀌었고, 그로부터 다시 약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여학생 교복도 완전히 서양식으로 바뀌게 되었다.

한국이 일제로부터 독립한 이후부터는 전국의 교복 양식이 통일되기 시작했다. 시대극을 자주 보는 사람이라면 남학생들의 검정 학생모와 여학생들의 주름 치마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 1980년대에 들어 점점 더 개방적인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자 한국 교복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시기를 맞게 되었다. 교복에 다양한 디자인이 허용됐고 심지어 사복까지도 허용됐다.


하지만 교복은 집단의식을 기르고 학생들 간 비교 심리나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중고등학교에서는 아직까지 매일 교복을 입고 등교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학교별로 교복 디자인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이처럼 교복에 익숙한 한국 학생들은 대학에 와서도 집단 소속감을 기르기 위해 야구점퍼나 패딩, 맨투맨 티셔츠 등 캐주얼 스타일의 ‘교복’을 따로 제작하기도 한다. 아니면 학교 기념품점에서 팔기도 하는데 학생들이 대개 한두 벌 씩은 구매하는 편이다.

한국이 경제적, 사회문화적으로 발전하면서 근래 들어서는 교복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먼저 교복의 이면에 숨겨진 경제적 이해타산을 들 수 있다. 한국에서는 평범한 중고등학교 교복이라 하더라도 그 가격이 상당하다.

한 벌에 대략 40만원, 위안화로는 2500위안 가량인데 학부모들에 큰 부담이 된다. 때문에 개학 시즌이 돌아올 때마다 사회 단골 이슈로 등장하곤 한다. TV토론회에 나오는 정치인들은 표심을 잡기 위해 늘 교복에 관한 갖가지 공약을 내세운다.

각급 정부기관도 생산업체 입찰제, 현금 보조금 지급, 교복 무상 지원 등 교복에 관한 여러가지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

이와함께 교복이 너무 타이트하다는 점도 또 하나의 논쟁거리다. 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입어보면 착용자의 몸을 지나치게 꽉 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의 교복은 일률적으로 남자는 긴 바지, 여자는 짧은 치마로 성별에 따라 명확히 구분되기 때문에 성별에 대한 관념을 고착화하기 쉽고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요즘 젊은 남녀들은 매일 입는 옷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개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그래서인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매일같이 교복을 바꿔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곤 한다.

여학생들이 입는 짧은 치마는 겨울에 너무 춥고, 남학생들이 입는 긴 바지는 여름에 너무 더운 데다 지나치게 몸에 달라붙어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방해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현재 서울의 일부 학교에서는 아예 후드티나 캐주얼한 바지 등을 교복으로 삼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교복은 경제적인 측면이나 문화적 측면에서 모두 깊은 사회적 의미를 담고 있다. 아울러 급격하게 발전해 온 한국 사회의 변화도 투영되어 있다.

한차례 논쟁이 지나간 뒤, 한국의 교복이 다시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우리 앞에 나타날지 자못 궁금해진다.

※본 기사는 중국 인민화보사에서 제공하였습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