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 한국을 만나는 아시아 국가는 일단 수비에 초점을 맞춘다.
8일(한국시간) 끝난 필리핀과 2019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1차전도 같은 양상이었다. 일방적이었다. 한국의 볼 점유율은 무려 81.8%. 슈팅도 16개(유효 5개)를 때려 6개의 필리핀을 압도했다.
하지만 한국은 1골을 넣는데 그쳤다. 후반 22분 황의조(감바 오사카)가 골을 터뜨리며 벤투호를 벼랑 끝에서 구했다.
그동안 한국 축구는 밀집 수비를 뚫는 방법으로 장신 공격수를 택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조금 달랐다. 김신욱(전북), 석현준(스타드 드 랭스) 등 전형적인 장신 타깃맨들을 뽑지 않았다. 188cm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이 있지만, 타깃맨보다 측면 공격수 성향이 짙다.
10명 모두 내려앉은 필리핀의 밀집 수비를 뚫기는 쉽지 않았다. 측면도 이용했고, 중앙으로의 침투 패스도 활용해봤지만,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변화를 택했다.
후반 13분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기성용(뉴캐슬 유나이티드) 대신 황인범(대전), 후반 19분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대신 이청용(VfL보훔)을 투입했다.
패스가 빨라졌다. 분명 기성용의 패스와 구자철의 움직임도 위협적이다. 하지만 필리핀의 밀집 수비 앞에서는 더 간결하고, 빠른 패스와 움직임이 필요했다. 황인범, 이청용이 그 역할을 해줬다.
결국 후반 22분 황의조의 결승골이 터졌다. 이청용의 침투패스가 시발점. 황희찬이 달려들어 크로스를 올렸고, 황의조가 마무리했다.
키르기스스탄과 2차전, 중국과 3차전도 양상은 비슷할 전망이다. 두 팀 모두 수비를 우선할 것이 유력하다. 필리핀전처럼 수비를 뚫는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벤투 감독이 풀어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