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미경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플라스틱 캠페인 팀장)
필리핀 민다나오라는 지역에 가면 쓰레기 6500여 톤이 산적해서 쓰레기 산을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조만간 이 쓰레기들이 우리나라 평택항으로 들어온답니다. 그것도 우리나라 정부 주도 하에 들여온다는데. 아니, 남의 나라 쓰레기를 왜 들여오는가 싶으시죠? 이유가 있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플라스틱 캠페인 팀의 김미경 팀장 연결을 해 보죠. 팀장님, 안녕하세요?
◇ 김현정> 필리핀에 쌓여 있는 쓰레기를 왜 우리가 들여오는 거예요?
◆ 김미경> 필리핀 쓰레기가 아니고요. 수출되었던 한국 플라스틱 쓰레기가 다시 돌아오게 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우리가 보냈던 쓰레기를 다시 필리핀이 되돌려보내는 거예요?
◆ 김미경> 네. 한국 정부가 문제가 발생하자 직접 가서 가지고 오게 되는 거죠.
◇ 김현정> 그때 아마 그쪽으로 수출할 때는 이게 쓸 수 있는 플라스틱입니다, 재활용품입니다 해서 보냈을 텐데 왜 이게 되돌아오게 되는 겁니까?
◆ 김미경> 보낼 때는 수출 업체가 플라스틱 원재료로 사용될 수 있는 합성 플레이크 조각으로 허위 신고를 하고 보냈는데요. 이게 열어보니 플라스틱과 다른 물질들. 기저귀, 배터리 같은 유해물질들이 같이 섞여 있는 혼합 쓰레기였던 거죠. 그래서 필리핀 관세청에 의해서 이게 불법 수출이라고 판단이 되어서 지금까지 압류가 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기저귀나 배터리 같은 유해물질이 섞여 있기 때문에 그런 국가 간의 유해물질 이동을 제한하는 바젤협약을 위반했다라고 보고 있습니다.
◆ 김미경> 네. 저희 그린피스 필리핀 사무소 직원들이 현장에 직접 가서 실황도 파악하고 주민들과 인터뷰를 또 진행을 했습니다.
◇ 김현정> 어떤 상황이라고 하던가요?
◆ 김미경> 지금 전체 6500톤 중에 1400톤이 항구 내 컨테이너에 보관이 되어 있고 나머지 5100톤, 거의 대부분이 주민들이 살고 있는 거주 지역 바로 옆에 방치돼서 압류되어 있어요. 이게 정말 산처럼 엄청나게 많은 쓰레기가 지금 쌓여 있는데 인근에는 텃밭도 있고 주민들이 살고 있는 곳이에요. 플라스틱 쓰레기가 들어온 후에 농작물 수와 성숙에 이상이 생겼다고도 얘기를 하고 있고요. 소나기가 많이 오는 지역이잖아요. 그래서 쓰레기 사이에 물 웅덩이가 막 생기면서 파리나 모기 같은 해충들이 발생하고 또 악취가 많이 발생하면서 인근 마을 주민들이 큰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물웅덩이 생기고 거기에 파리 꼬이고 난리도 아니겠네요. 냄새 나고.
◆ 김미경> 맞습니다.
◇ 김현정> 몇 개월 동안 거기다 그냥 방치해 놓은 이유는, 수출한 업체가 되찾아가지 않아서 그런 거예요?
◆ 김미경> 일단 관세청에 의해서 압류가 계속 되어 있었고요. 최근에 이게 이슈가 되면서 한국으로 송환을 하는 조치를 환경부가 수출한 업체에다가 요구를 했고요. 하지만 이 업체가 송환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직접 가서 들고 오려는 계획을 얼마 전에 발표를 한 거죠.
◇ 김현정> 업체가 자기들이 처리해야 되는 건데 안 갖고 오니까 할 수 없이 나라 망신이고 하니까 정부가 나서서 가지고 오는 거군요.
◆ 김미경> 네, 맞습니다.
◆ 김미경> 한국 역시 일회용 플라스틱을 정말 많이 사용하는 나라 중의 하나인데요. 그만큼 폐기물 발생량도 많습니다.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이 플라스틱 소비량이 671만 톤이라고 하는데요.
◇ 김현정> 671만 톤?
◆ 김미경> 네. 그래서 플라스틱 생산 설비를 갖춘 63개국 중에 3위입니다.
◇ 김현정> 엄청나게 쓰네요, 우리.
◆ 김미경> 네. 맞습니다. 그래서 많이 보셨겠지만 2015년에는 전체 비닐봉지 사용량이 216억 개 정도로 추산이 되고 이게 핀란드 사람들이 쓰는 수의 100배가 된다, 이렇게 많이 얘기를 했었는데요. 이렇게 많이 사용하는 만큼 일회용 플라스틱이잖아요. 그래서 사용하고 바로 버리기 때문에 그만큼 폐플라스틱 양도 많은 거죠. 2011년 기준으로는 하루에 폐플라스틱 양이 3949톤 정도였는데 계속해서 플라스틱을 우리가 많이 점점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2016년 기준으로는 무려 5445톤 정도에 이른다고 합니다.
◇ 김현정> 아... 그러면 그걸 우리 안에서 재활용으로 잘 다시 가공해가지고 쓸 수 있으면 모르는데 그렇게 안 되나 보죠? 우리 안에서 소화가 안 되고 있나 보죠?
◆ 김미경> 이런 플라스틱 제품을 저희가 분리수거를 해서 이 플라스틱 제품이 다른 플라스틱 제품이나 원료로 재활용되는 비율이 한 30% 정도밖에 안 된다고 그래요. 나머지는 소각이 되거나 매립이 되거나 지금 이런 방식으로 다른 나라로 수출이 되고 있는 거죠.
◇ 김현정> 태평양 한가운데 떠 있는 유명한 쓰레기 섬 얘기도 우리가 알고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쓰레기 포화 상태라고요?
◆ 김미경> 플라스틱이 대중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게 1950년부터인데요. 2015년까지 생산된 플라스틱 총량이 무려 83억 톤에 이른다고 해요. 그런데 이 중에 거의 대부분인 63억 톤이 폐플라스틱으로 버려졌고요. 버려진 플라스틱 중에 9% 정도만 재활용이 됐습니다. 나머지 폐기된 플라스틱 중에 80%가 매립되었거나 아니면 자연 환경으로 흘러들어가서 지금 지구 어딘가에 그대로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 김미경> 일단 지금 한국 정부가 펼치고 있는 다양한 일회용 플라스틱 관련된 정책들이 좀 긍정적인 움직임이긴 하지만 여전히 재활용이나 폐기물 비율을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하지만 기업들이 일회용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기업들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절대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이런 플라스틱의 다양한 문제들이 해결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우리 개인이 마트에서 비닐봉지 쓰는 대신 장바구니 쓰는 정도로는 해결 안 될 거다? 기업에서 포장할 때부터 조심해야 된다?
◆ 김미경> 네, 맞습니다. 왜냐하면 시민들이 실천을 하는 것도 사실은 중요하지만 시민들이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사실 그렇게 크지는 않거든요.
◇ 김현정> 크지는 않죠. 사실은 어떤 상품을 우리가 사면요. 겉 포장지 박스에 싸여져 있고, 그 안에 열면 비닐봉지가 하나 있고 속 안에 내용물 또 하나 있고요. 옆에 뽁뽁이라고 그러죠. 그런 것들로 또 한 번 충격을 줄인다고 해 놓고 엄청나게 포장이 많이 들어가요. 이런 것들을 줄이는 노력부터 다 같이, 기업과 소비자가 다 같이 노력해야겠다. 이 말씀이십니다.
◆ 김미경> 맞습니다. 그리고 지금 매립지나 소각장들이 계속 포화 상태거나 시설들을 짓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플라스틱 제품 자체를 계속해서 묻거나 태우는 일로만 이 문제를 진짜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사실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근본적으로 소비량 자체를 줄여나가지 않으면 이런 필리핀 문제와 같은 다양한 플라스틱 관련된 문제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 김현정> 많은 걸 생각하게 하네요. 더 노력해야겠다. 마트에서 왜 비닐 안 줘, 장바구니 가지고 다니기 귀찮은데. 이런 생각을 지금 할 때가 아니라는 거,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거 우리가 생각해야겠습니다. 팀장님, 고맙습니다.
◆ 김미경> 감사합니다.
◇ 김현정>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플라스틱 캠페인 팀장이에요. 김미경 팀장 만났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