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연구에서 '여성'의 몸은 배제됐다, 왜?

[한주의 책갈피] <지혜롭게 나이 든 다는 것>, <우리 몸이 세계라면> 등 1월 첫째주 추천도서

CBS 노컷뉴스 [한주의 책갈피]는 최근 갓 나온 따끈따끈한 신간을 소개합니다. 디지털 시대에도 책 한권이 주는 위로는 큽니다.

◇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 (마사 누스바움 · 솔레브모어 지음, 안진이 옮김)

100세 시대. 현대인들은 과거보다 오래 생을 살지만 세상은 너무 정신없이 바뀌고 다가오는 노년은 두렵기만 하다. 어떻게 하면 우아하고 현명하게 나이들 수 있을까?

움베르토 에코, 노엄 촘스키와 더불어 <포린폴리시> 선정 '세계 100대 지성'에 이름을 올린 시카고대 석좌교수 마사 누스바움과 로스쿨 전 학장인 솔 레브모어가 이런 질문에 답한다. 책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을 통해서이다.

이 책은 인문학적인 혜안을 가진 두 석학들의 대화를 통해서 나이듦에 대한 다채롭고 풍부한 통찰을 담고 있다.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가 쓴 <나이듦에 대하여>를 시작으로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유진 오닐의 희곡 <밤으로의 긴 여로> 등 문학사에 빛나는 작품들을 인용해서 나이듦을 탐구한다.

품격 있게 나이들기 위해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바로 나를 돌아보는 것이다. 나의 내면과 외면을 함께 돌아보고 이를 넘어서 '타인'과 '세상'을 함께 돌볼 때에 노년기는 빛을 발한다고 이 시대 석학들은 충고한다.

◇ 우리 몸이 세계라면 (김승섭 지음)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인터넷에는 건강팁, 의학상식들이 널려있고 끊임없이 새로운 의료 기술들이 개발된다. 우리의 몸은 '지식의 전쟁터'라고도 할 수 있다.

고려대 보건과학대학의 김승섭 교수의 신간 <우리 몸이 세계라면>은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의학의 숨겨진 이면을 분석한 책이다.


우리가 상식이라고 여기는 의학도 시대에 따라 선택되고 배제되기도 한다. 제국주의 시기에는 혈액형 인류학이 인종주의에 이용됐고, 일제시대에 조선인과 일본인의 차이를 찾기 위해 일본은 '인종계수'를 측정하기도 했다.

병원 진단 과정이나 의학 지식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몸이 배제된 채 남성의 몸만을 표준으로 삼아 생긴 문제를 지적한 점은 날카롭고 흥미롭다.

김승섭 교수는 전작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통해 질병의 사회적인 원인을 파헤쳤다. 이번 책에서는 데이터를 활용해 몸과 질병의 사회사를 이야기한다. 몸에 대한 탐구 뿐 아니라 인문학적 지식까지 얻을 수 있는 책이다.

◇ 난생 처음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5 -이탈리아 르네상스 문명과 미술 (양정무 지음)

양정무 한국예술대학교 미술이론과 교수가 시리즈로 펴내고 있는 <난생 처음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의 5편이 나왔다. 서양 문명의 부흥을 이끈 이탈리아 르네상스 문명과 미술에 대해 다루고 있다.

19세기 프랑스의 작가 스탕달은 피렌체에서 미술품을 보다가 실신했다고 한다. 이 증상의 이름을 따서 뛰어난 미술품을 봤을때 순간적으로 느끼는 정신적 충동에 대해 '스탕달 신드롬'이라는 명칭이 붙기도 했다. 여전히 피렌체는 스탕달 신드롬을 일으키는 도시이다.

책은 르네상스 미술을 통해 신이 아닌 인간으로 미술의 관심이 선회하는 과정을 폭넓게 짚어낸다. 모나리자, 피렌체 대성당 등 익숙한 작품은 물론 다소 낯선 작품들도 다루고 있다.

르네상스 미술 뒤에 감춰진 사람들의 모습을 재조명하는 점도 흥미롭다. 당시 도시의 압도적인 발전을 보면서 일반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르네상스 천재들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 통치자들은 어떤 이상을 꿈꿨는지 등을 비중있게 다룬다.

◇ 당신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 (최대환 지음)

독일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신학과 겸임교수로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는 최대한 신부는 사목자이자 인문학자이기도 하다.

최 신부가 쓴 책 <당신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은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행복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따뜻한 에세이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최 신부는 진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음악, 영화, 문학 등을 통해 삶의 소소한 기쁨을 깨우치고 복잡한 마음을 어루만진다.

소설가 김훈은 "최 신부의 글은 여러 작품의 아름다움과 신앙의 진실로 인간의 일상을 설명한다"며 추천사를 남겼다.

◇ A. 코난 도일 : 셜록은 셜록 (헤스케드 피어슨 지음, 김지연 옮김)

셜록 홈즈의 팬이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한다. '셜록을 탄생시킨 탐정 소설의 대부 아서 코난 도일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은 이런 셜록팬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준다. 도일은 웬만한 소설 주인공보다 이야깃거리가 풍부한 삶을 살았다. 의사 수입이 시원찮아 부업으로 소설을 쓰고, 셜록 홈즈로 성공했지만 셜록 때문에 괴로워하고, 과학도에서 열렬한 심령주의자가 되는 등 일련의 과정이 흥미롭다.

저자 헤스케드 피어슨은 도일의 삶의 자취를 그려내면서 셜록 홈즈의 뒷이야기를 비롯해, 도일의 글쓰기 습관, 성공과 좌절을 선명하게 그려낸다. 또 저자와 도일이 인간을 바라보는 깊이있는 시각과 삶과 통찰도 마주할 수 있다.

◇ 블러디 프로젝트 (그레임 맥레이 버넷 장편소설, 조영학 옮김)

현재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작가 그레임 맥레이 버넷의 장편소설 <블러디 프로젝트 : 로더릭 맥레이 사건 문서>가 출간됐다.

19세기 스코틀랜드 북부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17살 소년이 세 사람을 참혹하게 살해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2016년 맨부커상 최종 후보로 지명돼 단숨에 인지도를 올렸고 영국에서만 20만부 판매됐다.

작가는 고지대 특유의 생활상, 소작농을 둘러싼 착취와 억압 등을 정확히 재현해내면서도 사건의 진위를 독자들이 파악하게 유도한다.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마을 사람들의 진술서, 옥중 비망록, 부검 보고서 등으로 이뤄져 마치 사실인 것 처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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