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곤지암' '마녀' '완벽한 타인' '보헤미안 랩소디' 등 흥행을 예상하지 못한 중·저예산 영화들이 신선한 포인트로 관객들에게 사랑 받았다. 이들 네 편 영화의 성공을 이끈 건 10~20대 관객들이 결정적이었다. 이제 이들이 영화계 트렌드를 이끌어 가는 핵심 관객층으로 떠오른 것이다. 반대로 보면 흥행 공식대로 제작된 블록버스터급 한국 영화들이 더 이상 이들 관객에게 통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영화시장 분석가 김형호는 "영화 흥행을 리드하는 핵심 세력은 10대 후반~20대 초반 관객이 됐다. 이제 한국 영화의 향후 10년은 2019년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과거라면 1천만도 넘볼 수 있었던 한국 제작비 상위권 영화들이 거기까지 가지 못한 건 더 이상 이들 세대에 한국 영화 흥행 공식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험치를 쌓은 한국 영화가 이제 어떻게 반응할 지가 관건이다. 아마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형호는 "내년에 이런 혼란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유는 21세기 관객들이 극장가에 나오기 때문이다. 그들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마블 영화를 보면서 자란 세대다. '어벤져스' 시리즈는 두 번이나 1천만을 넘겼고, '겨울왕국'도 '인터스텔라'도 겪었다. 이 세대는 영화를 철저히 '재미'로 구분한다. 이 말은 곧 '한국 영화'라는 영화의 국적이 가지는 '로열티'가 전혀 없다는 이야기다"라고 설명했다.
한때 한국 영화가 '방화'로 불리는 시대가 있었다. '방화' 시대의 한국 영화는 지금처럼 전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철저히 내수용 영화로 존재했다. 국가 계획에 의해 양산되기도 했던 '방화'는 '외화'보다 수준이 낮은 작품들로 여겨지곤 했다.
그러나 1998년 '쉬리', 2003년 '실미도'가 등장하면서 국내 제작 영화는 '방화'에서 '한국 영화'로 한 단계 진화했다. 이후 최초의 1천만 흥행 영화가 등장하는 등 한국 영화 황금기가 시작됐다. 이 황금기를 유지해왔던 '한국적'인 정서가 과거처럼 또 한 번 변화의 시기를 마주한 것이다.
김형호는 "아마 제작자들도 알 것이다. 한국 영화가 더 이상 한국 영화로서의 메리트가 없기 때문에 150억원씩 투자하고 그러는 거 아니겠나. 문제는 그 기획이 지금 스무살 관객들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지금 우리가 아는 한국 영화의 흥행 공식인 '한국적인 정서'가 전혀 새롭게 달라질 수 있다. '신과 함께' 시리즈는 기존 한국 영화와 다른 점으로 인해 성공했다. 그것이 관객들이 원하는 바와 접한다면 과거 '쉬리'와 '실미도'가 그랬듯이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