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한 북한 조성길은 어디에?…행방 쉽게 드러나지 않을수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난해 11월 부인과 함께 공관을 이탈해 잠적한 것으로 알려진 조성길(가운데)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앞서 지난해 3월 이탈리아 베네토 주에서 열린 한 문화행사에 참석한 모습. 조 대사대리의 잠적 이유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탈리아 등 외국 정부의 신변보호를 받으며 제3국으로 망명을 타진 중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로마 AP=연합뉴스)
서방국가로의 망명을 위해 지난해 11월 잠적한 것으로 알려진 조성길(44)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의 행방에 국제사회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정보당국의 말과 현지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은 조 대사대리 부부가 대사 임기 만료 시한인 지난해 11월 20일을 앞두고 행방을 감췄다는 것 뿐이다.


이탈리아 외교부 관계자는 3일(현지시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현지 언론에 "우리가 아는 한 이탈리아는 조 대사대리로부터 어떤 망명 요청도 받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외교부의 토마소 자리초 외신 대변인은 국내 언론의 문의에 "외교부가 아는 범위에서 조 대사대리가 이탈리아에 망명을 요청하거나, 과거나 현재에 도움을 받는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다만 "정보기관 등 외교부 이외의 다른 부처나 이탈리아 내 특정 외국 공관이 그를 보호하거나 제3국 망명 절차를 돕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특히, 이탈리아 정보기관이나 현지 주재 해외 공관이 조 대사대리의 잠적과 망명 신청에 관여했더라도 현 시점에서 이를 공개할 가능성이 낮아, 행방이 당분간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이탈리아는 유럽 내 국경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솅겐조약 가입국인 만큼 이미 가족들과 함께 제3국으로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솅겐조약은 1995년 채택된 국경개방 조약으로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 중 22개국과 비회원국인 노르웨이· 리히텐슈타인·스위스·아이슬란드를 포함해 총 모두 26개국이 가입돼 있다.

이탈리아 유력지 라 레푸블리카는 청와대가 조 대사대리의 잠적에 대해 확인을 거부한 것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협상 등 민감한 시점에 이번 일을 확대하지 않으려는 '선택'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 신문은 "'반역자'를 이탈리아나 미국 등 서방 국가가 수용한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양국 지도자가 직접 관여하고 있는 북핵 협상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조성길 대사대리가 잠적한 이후인 지난해 11월 20일 이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김천(Kim Chon)으로 교체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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