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조은정 기자 <조은정의 '뉴라밸'>
◆ 조은정 > 네. 반갑습니다. 조은정입니다.
◇ 임미현 > 새해 첫 뉴라밸 시간이네요. 오늘은 어떤 얘기 나눠볼까요.
◆ 조은정 > 혹시 '내가 '꼰대'일까?' 라고 생각해본적 있으세요?
◇ 임미현 > 아. 꼰대. 그런 생각을 가끔 하죠. 혹시 내가 꼰대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는....
◆ 조은정 > '꼰대'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세요?
◇ 임미현 > 자기 생각을 아랫사람한테 강요하는 사람이 꼰대 아닌가요. 사실 정확히는 잘 모르겠어요.
◆ 조은정 > 오늘은 '꼰대'라는 단어의 의미, 그리고 꼰대를 경계하는 문화가 강해지는 경향을 이야기해보려고합니다. 사실 꼰대의 단어는 구어이지만, 일상속에서 이렇게 자주 쓰인 것은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 임미현 > 맞아요. 요새 더 자주쓰이는 것 같아요. 꼰대라는 단어 어원이 어떻게 됩니까?
◆ 조은정 > 저는 꼬였다 이런 식으로 생각했었는데 찾아보니 그게 아니더라구요. 어원이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일제강점기로 거슬러가는데요. 프랑스어로 백작을 '콩테(Comte)'라고 하는데 일본식으로는 '꼰대'라고 발음이 됐습니다. 이완용 등 친일파들이 백작, 자작과 같은 작위를 수여받으면서 스스로를 콩태, 꼰대라고 불렀다고 해요. 이완용 꼰대, 이런식으로요. 친일파들의 매국노 행태를 조롱하고 비난하면서 '꼰대짓'이다 이렇게 부른 것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잇습니다. 또 번데기를 영남 사투리로 '꼰데기'라고 하는데 주름이 자글한 노인을 비하하는 말로 꼰데기라고 부르다가 꼰대가 됐다는 설도 있습니다.
◇ 임미현 > 꼰대가 친일파를 비꼬는 단어였다니 재밌네요.
◆ 조은정 > 사실 꼰대라는 단어는 추상적인 겁니다. 요즘은 나이와 상관이 없이 삶의 태도나 가치관에 따라서 판가름나는 것 같은데요. 아까 말씀하신데로 자기 생각을 아랫사람에게 강요하거나, 성과주의에 매몰돼 있는 경우, 가부장적인 경우 등을 통틀어 꼰대라고 합니다. '꼰대 테스트'를 통해 꼰대인지 아닌지 자기검열을 하기도 하는데요. '대체로 명령문으로 말한다', '젊은이들이 노력을 안하고 세상에 불만을 쏟는다고 생각한다', '내가 너만 했을때 라는 얘기를 자주한다' 등이 문항이 있습니다. 이런 꼰대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문화 콘텐츠에도 반영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 임미현 > 어떤 것들이 있나요?
◇ 임미현 > 예능이요?
◇ 임미현 > 꼰대 테스트로 예능까지 만들어질 정도면 문화 전반적으로 꼰대를 경계하고 있는거네요.
◆ 조은정 > 그렇습니다. 꼰대라는 단어는 원래 있던 말인데 이게 문화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건 그만큼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는 건데요. 굳어있는 사고방식, 성과주의, 밀어붙이기, 이런 식의 리더십은 젊은 사람들에게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사실 '꼰대'라는 것이 직장 상사처럼 갑을 관계에 있어서 '갑'에 주로 해당이 되는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예전에는 상사에게 복종하고 조직에 충성하면서 따라오는 보상이 있었지만 지금 세대는 그런 보장이 희미해졌죠. 청년들은 비정규직 일자리도 구하지 못해 안달이고, 직장에서 윗사람에게 잘보인다고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과거의 상명하달식, 성과우선주의 리더십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꼰대 프레임을 통해서 젊은 세대들이 경고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의 해석을 한번 들어보시죠.
"서열에서 나오는 상명하달식, 군대에서 습득되는 남성주의식 문화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는 강렬한 의지들이 꼰대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규정하고 배척하려고 하는 것이죠. 이 사회에서 그런 것을 뽑아내지 않으면 우리가 못살겠구나. 특히 젊은 세대들은 우리가 이것 때문에 죽는구나 하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거에요"
◆ 조은정 > 공분을 일으켰던 양진호 회장의 엽기적인 행각부터 대한항공 일가의 갑질에 최근 직원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송명빈 대표 사건까지. 직장 갑질은 겉으로 터져 나오는 것만도 심각합니다.
꼰대질은 수위에 따라 갑질, 언어폭력 심하면 폭행으로 이어질수도 있는데요. '꼰대'에 대한 자기검열, 경계심이 생기는 것은 사회적으로는 어찌보면 다행인 것이죠. 취업도 어렵고 경기침체에 미래가 깜깜한 10대, 20대 젊은 친구들 입장에서는 어찌보면 더 나은 삶을 위해 '꼰대'와의 절박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 임미현 > 맞아요. 사실 예전에는 '나를 따르라'는 식의 강한 리더들이 추앙을 받고 성과를 내기도 했었는데 그런 시대는 저문 것 같애요.
◆ 조은정 > 네. 꼰대의 시대가 가고 있다는건 부정할 수 없는 것 같애요. 꼰대와 대비되는 말이 '파파미'인데요. 들어보셨나요?
◇ 임미현 > 파파? 아빠라는 뜻인가요? 신조어에 약해서 잘 모르어요.
◇ 임미현 > 그런데 사실 원칙을 지키는 사람인데도 저 사람은 '꼰대'라는 소리를 듣는 경우도 있어요. 좀 억울한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애요.
◆ 조은정 > 네 당연하죠. 꼰대라는 추상적인 프레임으로 남을 깎아내리고 '혐오'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아직 꼰대에 대한 사회적인 틀이 안잡힌 상황에서 그 단어로 남을 헐뜯고 배척하려는 부분도 분명히 있고, 우리가 경계해야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꼰대에 대한 경계심이 세대간 선을 긋고, 소통을 방해하고, 혐오를 부축인다거나 하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서는 안될겁니다. 결국 '꼰대'라며 헐뜯고 모욕하는 사람이 알고보면 진짜 '꼰대'일수 있거든요. 꼰대가 되지 않기위해 자신을 돌아봐야겠지만 꼰대라고 남을 손가락질 하는 일도 조심해야할 것 같습니다.
◇ 임미현 > 네. 잘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조은정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