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1부(김인겸 부장판사)는 이날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대통령 측은 "10년간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 '다스는 누구 것입니까'라는 질문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며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주장을 반박했다.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불법자금을 받은 사실이 입증될 수 없기 때문에 다스 실소유주를 묻는 질문이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다스 실소유와 이 전 대통령의 공소사실인 횡령·뇌물죄와는 관련이 없다"며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다스를 이 전 대통령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혼란을 빚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직접적인 증거 없이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의 진술을 제시하지만 이마저도 계속 번복됐다"며 진술의 신빙성을 공격했다.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에 대해서도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당사자들 간에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전혀 없었다"며 "부정한 청탁을 입증하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어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은 매년 연말 결산 때마다 다스에서 조성한 비자금 액수에 대해 보고 받고 이를 다른 자료들과 크로스체크(상호검증)까지 했다"며 "원심에서 해당 사실을 간과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 뇌물에 대해서도 "당시 이 전 대통령은 금산분리 완화라는 삼성의 주요 현안에 대해 공지의 사실로 잘 알고 있었다"며 "이를 대가로 삼성으로 하여금 소송비를 대납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정청탁이 '묵시적'으로 존재했기 때문에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의 특가법상 국고손실 혐의에 대해선 검찰 전략이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상납한 전직 국정원장들이 법률상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 특가법상 국고손실 혐의를 무죄로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검찰은 "국정원장과 이 전 대통령을 공모관계로 봤는데 판결을 분석한 뒤 공소장 변경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심 선고 이후 4개월 만에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양복에 흰 와이셔츠를 입은 이 전 대통령은 이재오 전 의원 등 자신의 측근들에게 반가운 표정으로 수차례 인사를 건넸다.
이 전 대통령은 소회를 묻는 재판장 질문에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심리가 종결되면 그 때 말하겠다"고 대답을 아꼈다.
재판 시작 당시 주민등록번호를 묻는 질문에는 "뒷 자리는 잘…"이라며 멋쩍게 웃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