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진료실에서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유족이 2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전달한 고인의 유지다.
임 교수 사망사건 이후 응급실 뿐만 아니라 진료실의 안전장치를 강화하고 의료기관 내 폭력 행위를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JTBC 드라마 'SKY캐슬'은 의료사고 피해자가 병원에 찾아와 의사를 칼로 위협하자 의사가 공기총을 발사하는 장면을 방영해 논란을 빚었다.
대한의사협회는 1일 "피의자가 이 방송을 보고 모방한 것이 아니더라도 시청자로 하여금 폭언·욕설을 하거나 진료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력을 써서 항의해도 된다는 식의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관계자는 2일 CBS노컷뉴스에 논란이 된 드라마 속 상황이 허구만은 아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진료과를 불문하고 의사가 진료 결과에 불만을 품은 환자나 그 가족에게 칼로 위협당하거나 폭행당한 사례가 적잖다"며 "임 교수와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의료진은 무방비 상태다. 의사들이 진료실에 가스총 같은 호신용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을 뿐더러 청원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제도적인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관 종사자는 다른 직장보다 주취폭력 등 폭력 행위에 노출된 위험성이 높다. 또한 의료기관 내 폭력은 일반 폭력과 다르다. 의료진 뿐만 아니라 환자의 안전도 위협한다"며 "의료기관 내 폭력 행위를 지금보다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면 폭력 행위가 감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고인이 유지에서 밝혔듯, 의료계는 이번 사건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오해나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이 존재한다. 경찰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이번 사건의 피의자는 정신질환자보다 범죄자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며 "피의자의 경우,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장기간 치료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범죄를 저질렀다. 정신질환자 누구나 자유롭고 편하게 조기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회·문화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고인의 뜻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