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박모(3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 44분쯤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치료를 받다가 의사 A(47)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 환자의 의료진 폭행·위협, 한 해 900건 가까이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의료진 폭행·협박 현황'을 보면, 지난 2017년 기준으로 의료기관의 기물 파손과 의료인 폭행·협박으로 신고·고소된 사고는 893건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폭행이 365건으로 가장 많았고, 위협이 112건, 위계·위력이 85건, 난동이 65건을 기록했다. 전체의 67.6%는 가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응급실에서도 의료진에 대한 폭행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16년에는 263건에 그쳤지만 2017년에는 365건, 2018년 상반기에만 202건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30일 인천에서는 손을 다친 지인과 함께 대학병원 응급실에 온 30대 남성이 의사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 화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해 7월에는 전북 익산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병원 응급실 의사를 폭행해 코뼈를 골절시키는 등 중상을 입힌 혐의로 40대 남성이 경찰에 체포되는 일도 벌어졌었다.
이런 문제가 알려지면서 지난해 12월 27일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올해부터는 응급의료 종사자를 폭행해 다치게 하면 징역형으로 처벌받는다.
하지만 응급의료 상황에서의 폭행에 대한 처벌이 아닌 일반 의료 상황에서의 폭행이나 상해 등에 대한 처벌은 그대로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31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강북삼성병원 의료진 사망사건에 관련한 의료 안정성을 위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해당 청원에서 "환자의 치료에 성심을 다하려는 의사에게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의사의 생명뿐만 아니라 치료를 기다리는 수많은 환자들의 목숨을 위협에 빠뜨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병원에서의 폭력·폭행 등 범죄 행위에 대해서 강력히 처벌하고 재발을 막아야 한다"며 "의업 종사자와 환자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안전장치를 구비해 달라"고 호소했다.
현재 이 청원에는 1일 오후 5시 기준으로 1만 6천여명이 참여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