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영향력과 파급력은 지난해보다 훨씬 강해졌다.
5월 발표한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로 미국 빌보드 메인앨범차트 '빌보드200'에서 한국가수 최초 1위에 오른 일은 한껏 높아진 영향력과 파급력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9월 발표한 리패키지 앨범 '러브유어셀프 결 앤서'로 '빌보드200'에서 두 번째 1위를 차지한 일은 'BTS 신드롬'이 결코 반짝 현상이 아님을 알린 또 하나의 사건이었다.
방탄소년단은 5월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2년 연속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10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페이보릿 소셜 아티스트' 상을 받으며 굵직한 트로피 개수를 늘리기도 했다.
'러브 유어셀프' 투어로는 팝의 본고장 미국과 유럽의 심장부를 강타했다. 방탄소년단은 북미와 유럽에서 진행한 투어로만 32만 여명의 관객을 모으며 '월드 클래스'급 인기를 과시했고, 영국 BBC는 이들을 "21세기 비틀즈"라고 추켜세웠다.
그런가 하면, 리더 RM은 '자신을 사랑하고 스스로 목소리를 내라'는 메시지를 설파한 9월 유엔 정기총회 연설로 전 세계 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10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방탄소년단을 '차세대 리더'로 선정하며 표지 모델로 선정했고, 같은달 정부는 한 해 동안 맹활약한 이들에게 최연소 화관문화훈장을 안겼다.
방탄소년단이 K팝의 위상을 드높이면서 K팝 아이돌 그룹들을 향한 미국 내 관심은 뜨거워졌다.
블랙핑크와 NCT127 등이 데뷔 후 처음으로 빌보드 메인앨범 차트에 입성하는 쾌거를 이뤘고, 몬스타엑스는 K팝 그룹 최초로 미국 최대 연말 라디오쇼인 '징글볼' 투어에 출연했다.
또, '장수 아이돌' 신화는 데뷔 20주년을 맞아 앨범을 냈고, 1세대 아이돌 그룹 H.O.T는 17년 만에 연 재결합 콘서트로 10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식지 않은 인기를 과시했다.
데뷔한지 10년이 넘은 소녀시대가 새 유닛 '소녀시대-오!지지'(Oh!GG)로 출격해 수명이 짧은 걸그룹 시장에 좋은 본보기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신구조화가 잘 이루어지면서 K팝은 올해 그 어느 때보다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내부에서는 여러 문제점과 허술한 시스템이 노출된 한 해이기도 했다.
음원차트는 4월 무명가수 닐로의 깜짝 '역주행' 1위 이후 순위 조작 의혹이 불거진 뒤 대중의 신뢰를 잃었다.
이에 7월부터는 새벽 1시부터 오전 7시까지 실시간 차트를 운영하지 않는 '차트 프리징' 제도가 도입됐으나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숀, 오반 등 조작 의혹을 받는 가수들은 계속해서 늘어났다.
이를 두고 부정한 방법을 쓰지 않고서는 얻어내기 힘든 결과라고 보는 시선이 있는 반면, 달라진 음악 소비패턴을 반영한 바이럴 마케팅과 음악성이 합쳐진 결과라고 보는 시선 또한 존재한다.
이러한 분위기 속 문화체육관광부 조사결과는 아직까지도 나오지 않아 음원차트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여전히 팽배한 상황이다.
이에 소속사 미디어라인 측은 해당 프로듀서가 멤버들에게 폭행을 가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김창환 회장이 폭행을 사주하고 방조했다는 의혹은 부인했다. 논란이 커진 뒤에는 더이스트라이트 멤버 전원과 계약을 해지했다.
이석철, 이승현 형제는 해당 프로듀서와 소속사 김창환 회장을 각각 폭행·폭행 방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으며,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한편, 'K팝 붐'을 타고 안 그래도 많았던 연말 가요 시상식은 더 많아졌다.
지난해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가수-배우 통합)와 '소리바다 베스트 케이뮤직 어워드'가 생겨난 데 이어 올해 'MBC플러스x지니뮤직 어워드'와 '한국대중음악시상식'이 첫 돛을 올렸다.
그러나 기존 가요 시상식들과 비교해 별다른 차별성이 없었다는 평가다. 수상자를 가린 정확한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은 채 주최 측과 기획사의 이해관계에 따른 '나눠먹기식' 시상이 진행되는 구태 역시 여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