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2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었지만 녹실회의까지 부활시킬 정도로 정부 부처 내 이견이 만만치 않아 처리가 일주일 미뤄졌다.
이견의 핵심은 주휴수당. 주휴수당은 주 15시간 이상을 근무한 노동자에게 일주일에 하루 이상의 휴일을 주면서 지급하는 수당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주 5일을 근무하면서 6일치 임금을 받는 셈이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유급휴일을 최저임금에 어떻게 반영할지를 놓고 부처간 이견을 보였고, 결국 고용부가 24일 수정 개정안을 제시하면서 31일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할 예정이다.
◇ 주휴수당, 왜 문제가 됐나?
지난해와 올해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인상되자 경영계가 주휴수당 문제를 집중 제기하고 나서면서 주휴수당이 최저임금의 핵심이슈가 됐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이 지난해 16.4%에 이어 올해(2019년 적용분) 10.9% 인상됐는데 주휴수당까지 합치면 최저시급이 이미 1만원대를 넘어선다며 주휴수당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업 위주의 경총부터 자영업자들의 모임인 소상공인연합회까지 사용자측에서는 주휴수당 폐지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조중동 등 보수야당과 보수언론도 연봉 5천만원을 받는 대기업도 주휴수당 때문에 최저임금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며 연일 주휴수당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 정말로 주휴수당이 문제인가?
주휴수당은 이미 65년전에 만들어진 제도이다. 지난 1953년 근로기준법이 만들어질 때부터 들어갔던 조항이다. 당시 근로기준법 45조에 '일주일에 평균 1일 이상의 휴일을 주어야 한다. 정휴일은 임금산출의 근로일로 인정한다'고 규정해 '주휴일=정휴일=유급휴일'을 공식화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 역시 유급휴일을 의무화하고 있다.
주휴수당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가 된 것은 주휴수당 폐지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분을 만회해 보려는 사용자측의 의도가 깔려 있다. 주휴수당 문제가 그 의도에 따라 부풀려지거나 오도된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주휴수당과 관련한 가장 큰 오해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주휴수당도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것으로 주휴수당은 이미 65년전부터 유지돼온 의무사항이다. 최저임금과 상관없이 노동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근로기준법상의 의무사항이다. 최저임금을 웃도는 임금을 주는 업체라도 주휴수당을 주지 않으면 위법이 된다.
결국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는 업체라면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하고 실제로 지급해왔다면 최저임금이 인상되더라도 추가로 지급해야 할 주휴수당은 없다. 주휴수당을 지급해오지 않았다면 근로기준법 위반이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여부와 상관없이 지급해야 한다.
주휴수당과 관련한 또다른 오해는 주휴수당 때문에 최저시급이 1만원을 이미 넘었다는 주장이다.
최저시급은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총액을 근로시간으로 나눠 산출한다. 주휴수당은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에 이미 포함돼 있다. 문제는 분모에 해당하는 근로시간을 '실제 출근해 일한 시간'으로만 볼지 아니면 근로하지 않지만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도 포함해 볼지 의견이 분분하다는 점이다.
보수층에서는 주휴수당은 임금에 산입하되 주휴시간은 산입하지 않는 산식을 선호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의 분석을 인용한 동아일보 보도를 보면 이같은 입장이 분명하게 나타난다.
주휴수당을 포함해 월 146만원을 받는 노동자(월 174시간 실 근로에 주휴일에 따른 월 35시간을 유급처리)를 예로 들면서 이 노동자의 경우 시간당 8,391원(월146만원/월174시간)을 지급받아 최저임금 이상을 받기 때문에 기업이 추가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지만 주휴시간을 포함하면 시간당 6,966원(월 146만원/월 209시간)이어서 최저임금 위반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월 209시간에 맞게 최저임금을 지급하면 월 174만 5천여원이 되고 이를 최저시급으로 다시 환산하면 1만 30원(월 174만 5천원/월 174시간)이라며 최저임금이 이미 1만원을 넘어선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아일보 보도에서 알 수 있듯이 똑같은 임금을 얼마만큼의 시간으로 나누느냐에 따라 최저임금 위반 여부가 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계산식이라는게 정부의 입장이다. 고용노동부는 1988년 최저임금법이 제정된 이후 일관되게 최저시급 산출식에 월 174시간 대신 주휴일에 따른 유급시간까지 포함된 월 209시간을 사용해 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동아일보 기사는 최저시급 산출을 위한 계산식에서 분모인 근로시간을 월 174시간→월 209시간→월 174시간으로 바꿔가며 사용해 일관성을 잃고 있다.
정부의 산식대로 월 209시간을 일관되게 적용하면 동아일보가 사례로 들고 있는 노동자는 애초부터 최저임금을 밑도는 임금을 받는 것으로 계산된다.
◇ 정부는 12년동안 뭘 했나?
정부가 일관되게 월 209시간을 적용해 왔다고 주장함에도 이런 오해가 생기는 것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
현행 최저임금법 시행령에는 최저시급을 산출할 때 임금을 '소정 근로시간'으로 나누도록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소정 근로시간에 주휴수당처럼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도 포함하도록 행정해석을 적용해왔다.
하지만 시행령과 행정해석이 정확히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서 이 문제는 법정소송으로 갔고 지난 2007년 1월 대법원은 '최저임금의 적용을 위한 임금을 산정할 때 주휴수당을 가산해야 하지만 주휴수당 관련 근로시간은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동아일보 사례처럼 주휴수당은 산입하고 주휴시간은 제외해 월 174시간을 적용하라는 판결이었다. 사용자측의 입장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재판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었다.
이같은 판결은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월 209시간 적용)과 다른 것으로, 정부로서는 행정해석을 대법원 판결에 맞게 수정하든가 아니면 아예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소정 근로시간에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을 합한 시간'으로 개정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동안 행정해석이나 시행령은 바뀌지 않았다. 그러다가 주휴수당 문제가 이슈화되자 지난 8월에서야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나섰다. 대법원 판결 이후 12년이 지나서였다.
대법원 판결 이후 시행령을 곧바로 개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고용노동부 담당자조차 '10년이 넘어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만약 적시에 시행령이 개정됐다면 주휴수당을 둘러싼 논란과 오해의 상당 부분은 아예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31일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더라도 소상공인연합회 등은 '대법원 판결에 위배되는 개정안'이라며 위헌소송 등을 제기할 방침이어서 주휴수당을 둘러싼 논란은 해를 넘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