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 낮으면 어때?' 체육계 성적 지상주의 이제 그만


■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CBS 체육부의 <스담쓰담>

◇ 임미현 체육부 박세운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박 기자. 안녕하세요?

◆ 박세운> 네, 안녕하세요.

◇ 임미현 > 오늘 주제는 어떤 내용인가요?

◆ 박세운> 네. 오늘은 2018년 한해동안 우리나라 체육계에서 벌어진 수많은 사건과 사고를 돌아보고자 합니다.

◇ 임미현 > 올해는 정말 스포츠 이벤트가 많이 열렸잖아요. 먼저 평창동계올림픽 이야기를 해볼까요? 대회가 남긴 성과도 컸지만 논란도 많았습니다.

◆ 박세운> 네. 대회 개막을 앞두고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의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코치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대회가 끝나고는 은메달을 획득하며 '팀 킴' 신드롬을 일으켰던 여자 컬링 대표팀이 김경두 일가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폭로해 충격을 줬습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에서 이른바 '왕따 주행' 논란에 휩싸였던 노선영(왼쪽)과 김보름.(자료사진=이한형 기자)
빙상에서는 김보름과 노선영을 둘러싼 '왕따 주행' 논란이 빚어졌구요. 이승훈에게 메달을 몰아주기 위해 동료들을 희생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습니다. 빙상 파벌 논란이 또 한번 수면 위로 떠올라 많은 팬들을 실망시켰습니다.

남북 단일팀의 감동을 선사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도 올림픽 이후 내홍에 시달렸습니다. 선수들이 캐나다 출신의 새러 머리 감독의 지도 방식에 불만을 품고 훈련을 거부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 임미현 > 후유증도 크지 않았습니까?

◆ 박세운> 평창동계올림픽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지만 우리 체육계의 추악한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대회이기도 했습니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에서 드러난 파벌 논란으로 인해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철퇴를 맞았습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9월 빙상연맹을 관리 단체로 지정했습니다. 전명규 전 부회장은 일선에서 물러났습니다.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여자 컬링 대표팀을 이용해 부당하게 사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난 김경두 일가는 최근 컬링계를 떠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현재 그들을 대상으로 문체부와 대한체육회의 합동 특정 감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감사 결과는 내년 초 발표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머리 감독은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 재계약이 불발됐구요. 항명을 일으킨 선수들에게는 징계가 내려졌습니다.

◇ 임미현 > 돌아보면 성적만 좋으면 모든 게 용서된다는 발상, 지나친 성적 지상주의가 이같은 논란들을 일으킨 게 아닌가 싶습니다.

◆ 박세운> 제가 질문 하나 던져보겠습니다. 혹시 우리나라가 지난 9월에 끝난 아시안게임에서 24년만에 처음으로 일본에게 2위를 내주고 3위에 머문 사실을 기억하시나요?


◇ 임미현 > 네. 기억합니다.

◆ 박세운> 그럼 혹시 일본에게 밀렸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나요?

◇ 임미현 > 아니오. 최선을 다하는 우리 선수들의 경기를 응원하고 즐겼던 기억만 남아 있습니다.

◆ 박세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불꽃이 터지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맞습니다. 지난 8월 아시안게임 현장 취재차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다녀왔는데요. 당시 일본이 대회 초반부터 메달을 엄청 많이 땄습니다. 그러자 우리 체육계는 이러다 일본에게 밀리는 것 아니냐, 그래서 국민들에게 비난받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그런 모습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국제대회 경기 결과를 대하는 우리 국민들의 반응은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고 봅니다. 메달을 따면 좋은 일이지만 메달을 따지 못해도 선수나 대표팀을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수고했다, 잘했다는 격려의 목소리가 더 큽니다.

그동안 우리 체육계는 국위선양이라는 명분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성적 지상주의가 너무 과도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더 이상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순위에 연연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공정한 경쟁, 정정당당한 승부에 더 가치를 두고 있다고 봅니다.

◇ 임미현 > 그게 바로 아시안게임을 전후로 병역 혜택 논란이 벌어진 이유 아닙니까?

◆ 박세운> 그렇습니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우리 야구 대표팀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습니다. 그런데 대회가 끝나고 입국장에서 나타난 선수들, 아무도 웃지 않았습니다.

오지환을 비롯한 일부 선수의 선발을 두고 특정 선수에 대한 병역 특례 밀어주기 아니냐는 팬들의 반발이 컸기 때문입니다.

금메달 획득은 최고의 성적 맞습니다. 한 국회의원은 국정감사 때 그렇게 어려운 우승은 아니었다고 선동열 감독을 몰아부쳤지만 금메달은 분명 어려운 과제가 맞습니다.

하지만 팬들은 이제 결과보다 과정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반면, 우리 체육계는 올 한해동안 스포츠 팬들의 성숙한 인식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 임미현 >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병역 특례를 주는 제도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았잖아요,

◆ 박세운>
2013년 A매치 데뷔전을 치러 지금까지 58경기에 출전했던 장현수는 병역특례 후 사회봉사 활동 자료를 허위로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며 국가대표팀에서 퇴출됐다.(노컷뉴스DB)
네.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병역 특례를 받은 축구 대표팀의 장현수 선수가 봉사활동 증빙 자료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있었습니다. 유도의 간판 안바울 선수 역시 같은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장현수는 국가대표 자격 영구 박탈이라는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안바울은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퇴촌했습니다. 최근에는 이같은 논란이 배드민턴의 간판 이용대에게까지 번졌습니다. 병역 특례에 따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선수는 더 많을 수 있습니다.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에게 지금처럼 계속 병역 특례를 주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논의가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벌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 임미현 > 올 한해 있었던 체육계 논란들을 되짚어 봤는데요. 개선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박세운> 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지난 주 기자회견을 열고 체육계 혁신안을 공개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대한체육회 산하 각 경기 단체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전수 조사를 실시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컬링에서 드러난 것과 같은 조직의 사유화를 비롯해 폭력 행위, 승부조작, 입시비리 등 체육계 주요 비위가 드러나는 단체에 대해서는 자격을 박탈할 수도 있다는 강도높은 대응책을 제시했습니다.

체육계는 스스로 자성하고 환골탈태해야만 합니다. 우리 국민들의 지지와 응원이 영원할 것이라고 안심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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