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쾌락독서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유쾌한 책 읽기 (문유석 지음)
현직 판사인 문유석 판사는 <개인주의자 선언>, <미스 함무라비> 등을 쓰며 글쓰는 판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세우고 있다. 다독가이기도 한 문 판사가 어떻게 책에 흥미를 느꼈는지를 유쾌하게 담은 에세이를 펴냈다. 책 제목은 <쾌락독서>.
사춘기 시절에 야한 장면을 찾아 읽다가 한국문학전집을 샅샅이 읽고, <유리가면>으로 순정만화에 입문하며, 고시생 시절 <슬램덩크> 만화를 읽으며 뭉클함을 느끼고….
평범하면서도 유쾌한 문 판사의 쾌락 독서기를 접하다보면 한번쯤은 느꼈을 독서의 즐거움을 상기하게 된다.
◇ 우리가 살아있는 모든 순간 (톰 말름퀴스트 장편소설, 김승욱 옮김)
소설은 딸의 출생과 백혈병으로 인한 아내의 사망이라는 운명의 장난 같은 교차점에 놓인 한 남자의 삶을 그리고 있다. 실제 저자는 결혼식을 앞두고 아내 카린을 급성 백혈병으로 잃고 현재 딸을 혼자 키우고 있다.
꾸밈을 최소화하고 절제한 문장을 사용해 경험을 포장하거나 가공하지 않고 현실성을 살렸다. 가디언은 "말름퀴스트의 책은 진정한 인간의 흔적이 배어 있다는 점, 저자가 그 흔적을 공들여 보존해두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추천했다.
◇ 현대사 몽타주 - 발견과 전복의 역사 (이동기 지금)
특히, 한나 아렌트가 아돌프 아이히만에게 속은 것이라면 그녀가 주장한 '악의 평범성' 명제는 어떻게 되는가, 라는 주제는 흥미롭다. 한나 아렌트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 과정을 관찰해 스스로 사유할 줄 모르는 관료였을 뿐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악의 평범성' 테제로 정식화했지만 아렌트의 명제가 오류였음을 최선 연구들을 통해 소개한다.
즉, 아이히만에 관한 자료에 따르면 그가 철저한 반유대주의자이자 주체적으로 나치당에 입당하고 유대인 학살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악의 평범성'이 적용 가능한 사례도 있겠지만, 아이히만으로부터 그런 결론을 도출한 것은 오류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현대사는 여러 해석의 지평이 열려 있으며 재해석과 수정이 끊임없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 기존의 역사를 뒤집어 해석하는 과정은 자칫 편협함에 빠질 수 있는 우리의 사고 확장에 도움을 준다.
◇ 한국 야담의 서사세계 (이강옥 지음)
야담은 소설이라는 장르로 나아가기 위한 중간 단계의 미완성 문학으로 치부돼 왔지만 저자는 야담을 독자적인 문학 갈래로 보고 치열하게 연구하며 서사적 가치를 발굴해왔다. 야담에서 두드러지는 이상향, 운명, 꿈, 아이러니, 여성 정욕, 아버지 등을 키워드로 야담의 서사 구조를 분석한다.
야담에서는 세계관과 가치관이 뒤섞이고 상충되면서도 공존한다. 한쪽으로는 충, 효, 열, 의리 등의 가치를 그대로 따라가지만 다른 쪽에서는 질서를 완전히 허물기도 한다. 그때그때 관점을 바꾸고 역동적으로 읽어야만 야담이 제대로 해석될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 위장 환경주의 - '그린'으로 포장한 기업의 실체 (카트린 하르트만 지음, 이미옥 옮김)
네슬레의 캡슐 커피처럼 '지속가능'이라는 단어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환경을 파괴하는데 앞장서는 기업들의 실체를 다룬 책이 나왔다. 독일의 카트린 하르트만이 쓴 <위장 환경주의>이다.
세계적인 뮤지션 퍼렐 윌리엄스가 태평양에서 나온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청바지 컬렉션을 입고나와 '세상을 구하는 사람'이라는 표식이 붙었지만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의 엄청난 환경오염에 대해서는 눈감고 있다는 지적은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