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고기가 빠진 포장국밥과 유치원비 논란

[고삐 풀린 사립유치원, 학부모의 품으로 53]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20일 오전 국회에서 '유치원 3법' 논의를 위한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열리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지난 휴가 때의 일이었다. 돼지국밥을 포장 구입한 뒤 다음날 끓여먹으려고 열어보니 육수 뿐이었다. 곰곰 따져보니 국밥에 넣을 돼지고기를 가게에서 챙기지 않은 걸 확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구입 당시 돼지머리고기, 순대, 그리고 돼지국밥을 각각 1인분씩 싸달라고 했는데, 가게 종사자 둘이서 챙기다 보니 헷갈렸던 모양이다. 그래서 가게에 찾아가서 자초지종을 말했더니, 가게 주인이 얼굴이 붉어지며 실수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국밥에 넣는 고기를 챙겨주었다.

유치원 3법 논의를 위한 국회 교육위 법안심사소위가 파행을 빚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자유한국당의 반대 때문인데, 그 이유가 궁색하다. 교육부가 에듀파인 전면 도입 시행령을 입법예고하면서, 자유한국당에 상의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또 교육부가 법개정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을 방치해 그간에 직무유기를 했다는 것이다. 더 본질적 이유는 국가지원금 회계와 학부모부담금 회계를 구분하자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어깃장을 접하고 문득 돼지국밥 사연이 떠올랐다.

돼지국밥 사연과 자유한국당 논리의 같은 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상식이 통하는지 여부이다. 같은 점은 소비자가 지불한 돈만큼 물건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돼지국밥에 넣을 고기가 빠진 것이고, 학부모가 지급한 학비를 개인용도로 사용한 것이다.

다른 점은 무엇인가? 국밥집은 소비자가 항의하자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며 빠진 고기를 되돌려주었다. 반면 한국유치원총연합회와 자유한국당은 과거 사립유치원장들이 학부모부담금을 멋대로 사용한 것에 대해 그럴 자유가 있다고까지 공언하며, 유치원비 개인 사용을 방지하는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수박 한 통으로, 두부 몇 모로 수십명에게 나눠주는, 사립유치원의 상식 이하의 사기, 횡령 범죄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학부모들의 분노에 귀를 닫는 한유총과 자유한국당은 어느 땅에 발을 딛고 있는가?

돼지국밥 사연에서 소비자, 학부모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국밥을 사면서 고기가 잘 담겨 있는지 꼼꼼이 확인했어야 했다. 마찬가지로 유치원생 학부모들은 자신이 낸 원비가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확인하고 감시할 권리가 있다. 학부모운영위원회에 적극 참여해 교과 과정과 교재·교구, 급식에 원비가 적절히 사용되고 있는 확인해야 한다.

학부모의 감시 역할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법적 제도적으로 유치원비가 제대로 쓰이도록 규정하고, 이를 어기면 처벌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다. 신뢰가 무너진 공동체는 희망이 없다. 이에 역행하는 정당은 필요가 없다. 하물며 동네 국밥집도 신뢰가 깨지면 발길을 돌리는 것을, 민심을 먹고 사는 정당이야 말해서 무엇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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